72년 헌정사상 재임중 두차례 지휘권 박탈당한 직후
“피해자 눈물 닦아주고...국민 기대 부응하라”도 尹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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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 세력을 철저히 단죄하라”는 입장문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라임 사태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한 직후였다. 추 장관의 수사 지휘가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의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윤 총장 주변에서는 “용퇴할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 많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직후인 19일 일부 참모를 불러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검찰의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수사지휘권이 남용된다”는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론은 “불필요한 대응을 피하고 빨리 입장을 표하자”는 쪽으로 수렴됐다고 한다. 지난 7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당시처럼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 장관은 7월 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교사 의혹 사건 배당 교체와 채널A 사건에서 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회의는 즉각 외부에 표명할 입장문을 가다듬는 단계로 넘어갔고, 추 장관이 지휘한 ‘라임 사건’과 ‘총장 가족 사건’ 중 라임 사건에 대해서만 입장을 표하기로 뜻이 모였다. 윤 총장의 회피로 가족·측근에 대한 사건들은 보고 라인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입장문은 법무부 조치로 라임 사건에 대해 지휘할 수 없다고 알리는 대목, 그리고 라임 수사에 대한 마지막 당부로 구성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대규모 펀드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하라”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는 문구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총장이 ‘비호하는 세력’을 거론한 것은 수사 결과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 현역 의원 등의 연루가 확인됐고 일부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이뤄진 단계라는 점을 확고하게 반영한 것이라는 법조계 분석이 나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어느 검사가 수사하든 명명백백히 밝힐 것이라는 믿음이 담긴 표현”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입장문이 언론에 전달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했다. 지난 18일 법무부가 편파적 수사지휘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는 크게 반박했지만, 수사지휘권 행사 직후에는 오히려 담담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들은 지난 7월 첫 수사지휘권 박탈 때처럼 윤 총장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비상식적인 일로 나간다면, 총장도 비상식적이게 된다”고 언중유골의 발언을 남겼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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