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로비의혹 덮고, 검찰 부실수사 호도하고, 검찰개혁 근거마련
법무부, 대규모 금융피해 일으킨 主帆 주장 근거로 감찰
검찰, 옥중 입장문서 나온 야당 정치인 수사 이미 착수
‘검사 접대 의혹’ 관련 진술은 보고받은 바 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10.19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석 달 만에 다시 충돌했다. 라임펀드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면서다. 입장문에는 ‘검사 3명 룸살롱 접대와 야당 정치인을 동원한 은행 로비 등을 진술했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간 검찰 수사가 ‘여권 인사 비위’에만 국한됐다고 판단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및 검찰 로비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중상모략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라임 수사가 여권을 겨누기 시작하자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김 전 회장을 조사한 뒤 라임 사태 수사를 위해 ‘별도의 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추 장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제2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지휘 체계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또, 법무부는 대규모 금융 피해를 일으킨 김 전 회장의 주장에 기댄 감찰로 검찰에서 책임소재를 찾고 있는데, 이는 여권 로비 인사들에 대한 수사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윤 총장의 거취를 흔들고 검찰개혁까지 이뤄내는 ‘일거삼득’을 노렸다는 관측이다. 한 법조인은 “중요 사건의 정·관계 로비 피의자가 수사에는 응하지 않고 법무부가 감찰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탄식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 발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총장의 수사가 미비했다는 법무부 지적에 대해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내용을 보고받은 뒤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현재도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검사 비위 의혹은 지난 16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고, 그 즉시 서울남부지검에 김 전 회장 조사 등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법무부가 최소한 야당 정치인과 관련 검찰의 수사 기록을 열람하고도 부실 수사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4월 김 전 회장에게 접근했다던 ‘검사장 출신의 야당 정치인’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해당 진술은 김 전 회장이 아닌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입에서 나왔다고 한다. 2019년 4월부터 우리은행에서 라임 펀드 판매를 중단하자 펀드 설계와 운용을 책임졌던 이 전 부사장이 당시 우리은행장과 대학 동문인 A 변호사에게 로비를 맡기고 법률 자문료 명목으로 2억2000만원을 송금했다는 내용이었다. A 변호사가 문제의 야당 정치인이다.

검찰은 5월 대검에 해당 진술 내용을 보고, A 변호사의 자문료 수수가 불법적인지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하는 동시에 관련자들에 대한 통신 영장과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총장도 강제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특히 A 변호사에게 제공된 2억2000만원은 라임 사건의 또 다른 ‘몸통’인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영홍 회장이 마련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그에 대한 계좌 추적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메트로폴리탄의 김 회장은 라임 자금 3000억원을 투자받아 상당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지만, 현재 해외 도피 중으로 소재가 불분명하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수사를 뭉갠 것은 오히려 추 장관 본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A 변호사에 대한 수사는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는데, 지난 8월 윤 총장이 수사 연속성을 위해 이정환 당시 남부 2차장과 조상원 형사6부장 유임을 요청했지만, 법무부에서 이를 무시하고 이들을 각각 대구지검, 서울지검으로 전출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옥중 입장문에서 ‘라임 수사 관련 검사들을 접대한 사실을 진술했으나 검찰이 수사를 뭉갰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관련해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나 조상원 당시 형사6부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다른 수사팀원들도 해당 진술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며, 그렇기에 대검에 보고될 사안도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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