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는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足)해"
병원 통해 허위의 봉사활동확인서 받아 학교에 제출, 아들에게 상 받게 한 교사 및 학부모에 '유죄' 판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 건과 내용 유사...檢, 허위자료 제출 여부만 입증하면 정 교수 처벌 가능성도 높아져

대법원.(사진=박순종 기자)
대법원.(사진=박순종 기자)

병원을 통해 허위의 봉사활동확인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해 재학중인 고등학교에서 상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허위의 확인서를 제출한 이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18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와 민 모 씨 등 3명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던 민 씨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모 병원을 통해 이 씨의 아들이 총 84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받아 이 씨에게 건넸고, 이 씨의 아들 손 모 군은 이 확인서를 근거로 재학중이던 고등학교에서 봉사상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봉사상의 수상자를 선정한 책임이 허위의 확인서를 제출한 측에 있는지, 아니면 확인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학교 측에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상방해죄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足)하다”며 업무 담당자가 충분히 심사하고도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문서를 제출한 이에게 ‘업무방해’가 성립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씨가 제출한 봉사활동 확인서는 학교 외에서 이뤄진 봉사활동에 관한 것이고, 주관 기관인 병원이 그 명의로 발급했다”며 “확인서 자체로 명백한 모순 오류가 있다거나 학교 교사들 또는 학교장 등이 확인서가 허위임을 인식했을 사정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장은 이 씨가 제출한 확인서에 개재된 대로 봉사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오인.착각해 이 씨를 수상자로 선정했으므로 확인서 제출로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 방해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은 민 씨와 이 씨의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손 모 씨가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고등학교장 또는 학교의 공적심사위원회가 봉사활동시간의 적정 여부에 관한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이 씨가 제출한 허위의 봉사활동확인서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한 결과”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이 사건의 내용이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사건과 유사한 점이 있어 정 교수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자녀 입시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를 두고 ‘실제 합격하지 않아 업무가 방해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 기준을 정 교수 재판에 적용한다면 허위 자료가 제출됐다는 사실을 검찰이 입증할 경우 정 교수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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