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결과는 부동산시장 붕괴
전세 품귀와 전세금 폭등 현상 지속...더 싼 전세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람들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전세 상황도 마찬가지
"서울 외곽 등지의 중저가 아파트값 밀어올릴 것" "반전세와 월세도 눈에 띄게 늘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 시행으로 서울수도권의 전세 매물 실종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가을 이사철까지 맞물려 전세금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더 싼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 시장의 과열이 서울 외곽 등지의 중저가 아파트 매매값까지 밀어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 가까이 전세 품귀와 전세금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총9천510가구로 전국 최대규모의 아파트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전세 매물이 6건, 월세가 8건에 불과하다. 84.96㎡는 지난달 26일 보증금 10억7천만원(2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해당 평형의 전세 호가는 현재 보증금 11억5천만∼12억원에 이른다. 이는 2년 전보다 2배 가량 뛴 값이다. 헬리오시티 물건을 중개하는 A 공인 대표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지금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3천885가구 규모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전체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12개 뿐이다. 전용 59.96㎡과 84㎡ 모두 1∼2개월 사이에 전세금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아현동 B 공인 대표는 "여기는 인근에 입주 아파트가 있어 전세가 전혀 없지는 않은데, 한두 달 전보다 전셋값이 너무 올랐다"며 "더 싼 전세를 찾아 돌아가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성동구 옥수동 H 공인 대표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되자 새로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들은 1억원 넘게 전셋값을 올려 부르기도 한다"며 "다른 때 같으면 콧방귀를 뀌었겠지만, 지금은 물건이 없으니 이걸 받아주던지 더 싼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전세 상황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구로구 신도림동, 노원구 중계동,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서구, 화성시 영천동 동탄2신도시 등의 아파트 전세금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연일 급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오른 전세금이 서울 외곽 등지의 중저가 아파트 매매값까지 밀어올릴 것을 우려한다. 아울러 전문가들과 야당 의원들이 예측해온 바와 같이 전세가 뛰면서 반전세와 월세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에 보유세 부담까지 커져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장기적으로 전세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전셋값 상승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을 지탱하고 밀어 올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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