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게이트’ 냄새 맡고도 금융범죄로 수사 덮으려던 이성윤
윤석열 “특별수사팀급 수사팀 확대하라” 엄명
김재현, 청와대·건설사 회장·민주당 인사 등 거론

&nbsp;20일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 모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모임 구성원들이 사기 판매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20.7.20/연합뉴스<br>
&nbsp;20일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 모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모임 구성원들이 사기 판매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20.7.20/연합뉴스<br>

검찰이 5000억원대 규모의 피해를 낸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를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까지 뒤늦게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앞서 확보한 옵티머스 내부 문건과 피고인 진술 등에서 ‘권력형 게이트’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 곳곳에 포착됐지만, 검찰은 석 달 가까이 관련 의혹을 뭉개고 해당 사건을 금융사기 범죄로 매듭지으려 했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별수사팀급 수사팀 확대’ 지시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로비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여권에서는 “현 수사팀을 믿을 수 없으니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재현(50·구속 기소) 옵티머스 대표와 윤석호(43) 옵티머스 사내이사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 6월 발생한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가 청와대와 정치권, 금융권, 언론 등 인맥을 과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김 대표는 윤 이사더러 환매 중단 사태의 법적 책임을 져 달라고 부탁하면서, 청와대 인맥을 동원하면 향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언급된 청와대 인맥은 행정관 A씨로서 “굉장히 파워가 있는 사람”으로 묘사됐다. 김 대표는 또 옵티머스 사태 해결의 조력자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국세청 고위 관료와 B 대형건설사 회장, C 금융그룹 회장, 언론사 고위 임원 등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인사 3명과 국회의원 5명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 대표가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내용과도 맥락이 맞닿는다. 이른바 ‘옵티머스 리스트’로 불리는 문건으로 여기엔 청와대·여당 인사 및 전·현직 고위 공무원 등 20여 명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의 명단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돌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온 상태다. 윤 이사도 비슷한 취지의 문건을 작성했다. 다만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참여돼 있고’라고 적으면서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리스트는 허위”라고 주장한 것은 후자의 문건인 셈이다.

수사팀은 문건 외에도 여권 인사들이 옵티머스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증거효력이 있는 피의자 조서 등에는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팀이 옵티머스 관계자들을 상대로 면담을 했을 뿐 기록에 남긴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인은 “지금 와서 이성윤 지검장이 수사팀 증원을 요청해도 수사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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