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형 "대통령 소감 정도만 들어있고 하나의 문맥으로 간단명료하게 답...예상했던 내용"
野서도 비판 이어져...김근식 "진정성과 애절함 대조" 조경태 "최소한 친필로 진심 담았어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군에 피살당한 우리 공무원 아들이 보낸 편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이 전해진 가운데, 유족 측이 이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피살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55)는 14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편지를 열기 전 20~30분을 고민하다 열어봤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밝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조카도 ‘예상했던 내용 뿐’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문 대통령이 보내온 편지라며 컴퓨터로 인쇄된 A4 한 장을 꺼내들기도 했다. 이 편지에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갖고 있다”며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이 씨는 “조카와 대통령이 주고받은 편지에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조카가 편지를 통해 물었던 것이 많았는데, 답장에는 중간중간 발표했던 대통령의 소감 정도만 들어있고 하나의 문맥으로 간단명료하게 답을 하셨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 피격 공무원 아들에게 보낸 답장(사진= 유가족 측)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 피격 공무원 아들에게 보낸 답장(사진= 유가족 측)

앞서 청와대는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답장에 대해 야권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예령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답장이 무미건조한 형식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다. 피격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고 지적했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켜줄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최소한 친필로 유가족에게 진심을 담았어야 했다”라며 비판했다.

한편 이날 유족 측은 해양경찰청에 피격 공무원이 탑승했던 무궁화10호 동료 직원들에게 받은 진술 내용을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이들 직원들이 해양수산부의 조사 과정에서 ‘월북 가능성은 불가능하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 해경에서는 어떤 진술을 했는지 해경은 어떻게 월북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등을 확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은 이미 국방부에 당시 상황을 감청한 내용 등을 정보공개청구한 상태다.

이래진씨는 “대통령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며 “해경은 모든 과정을 숨김 없이 대통령과 유가족, 국민에게 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