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해외 순방으로 불참…주한미군사령관 첫 참석
丁국회의장 불참, 민주·한국·정의 당대표 참석
정부·여당서 '북한 도발' 언급은 이낙연 총리뿐 "北 끊임없는 서해 위협"
한국당 "55용사 서해 수호신으로…文, 역사 외면 유가족에 비수 꽂아"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55명의 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태극기를 만드는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55명의 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태극기를 만드는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정권이 일으킨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로부터 영해를 사수하다 목숨을 잃은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는 제3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23일 개최됐다.

서해수호의 날 하루 전(지난 22일)부터 6박7일 베트남·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 일정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원수 자격으로서 첫 불참 사례를 남겼다. 반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처음으로 참석해 한·미가 북한 정권의 군사도발을 함께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은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제2차 연평해전(6명), 천안함 폭침(46용사와 故 한주호 준위), 연평도 포격도발(2명) 등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기 위해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해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기념식에는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2017년 당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국가원수 자격으로 참석했던 반면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국무총리 이하급으로 이낙연 국무총리,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최재형 감사원장 등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 대통령 순방 수행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정치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불참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비교섭단체 중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참석했다.

눈에 띄는 점은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첫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이다. 내달 1일 시작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서해수호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장병을 비롯해 전사자 출신 모교학생, 각계 대표, 일반시민 등 70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부 대표로서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에서 "목숨을 바쳐 조국의 바다를 지키시다 이곳 대전현충원에 잠드신 쉰 다섯 분 호국 영령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을 함께 위로한 뒤 "서해는 6.25 전쟁 이후 북한이 가장 자주, 가장 크게 도발해 온 곳"이라고 상기했다.

당초 보훈처가 기념식을 예고하면서 "서해수호 희생장병 추모와 한반도 평화 및 국민 안보의지를 다지는 행사"라고 '북한'도 '도발'도 없는 취지를 밝혔지만, 이날 이 총리는 북한 도발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하는 언급을 남긴 셈이다.

이 총리는 "1953년의 정전협정도,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도, 1998년에 시작된 햇볕정책과 2000년,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도 서해의 평화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며 "연평해전은 우리가 승리했지만, 그러나 크나큰 희생을 남겼다. 특히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2010년 이맘때 천안함과 마흔여섯 명 장병들은 순식간에 바다로 잠겼다. 그들을 찾으러 나가신 한주호 준위도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셨다. 천안함 피격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그해 11월에는 연평도 민간인들에게 북한이 포탄을 쏟아 부었고 다시 아군의 희생이 생겼다"고 말을 이어갔다.

천안함 폭침의 명확한 경위나 주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서해는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 앞에 놓여있다"고 덧붙여 책임 소재를 북한 정권으로 분명히 했다. 그는 "다른 어느 곳도 그러하듯 서해에서는 단 한뼘의 바다도 내놓지 않았고 앞으로도 내놓을 수 없다"며 "우리가 서해수호의 날을 정해 서해의 호국영령을 기리는 것은 바로 그런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다만 "한반도에 평화가 뿌리내리면 서해 북방한계선 남북의 수역은 남북 교류협력과 민족 공동번영의 보고가 될 수 있는 곳"이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남북, 미북 등) 최고위급 연쇄대화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다시는 무력충돌도, 이렇게 통절한 희생도 없는 평화의 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희망만으로 국가안보를 느슨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와 여야 정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와 여야 정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도부의 기념식 참석에 앞서 민주당은 '국가안보를 위한 고귀한 희생, 잊지 않겠다'는 김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정착과 향후 군사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논평에 '북한'이나 '도발'은 포함되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도 '천안함 피격'이라고 명명했다.

한국당은 정태옥 대변인이 '서해를 지킨 용사들, 밤하늘의 별이 되어 서해의 수호신으로 빛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1953년 휴전 이후 북의 (계속된) 도발"을 언급하고, 55용사를 기리며 "그들이 수호하는 한 서해 바다는 우리 삶의 터전이요, 생명의 품이 되어 자유대한민국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 55용사를 외면했지만 대한민국은 당신들을 잊지 않겠다'는 논평을 내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지휘자인 김영철을 환대하고 서해수호 55용사를 외면한 채 순방길에 올랐지만 대한민국은 그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역사를 외면하고 유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잊지 않겠습니다'를 구호로 기념식 참석 외에도 서해수호의 날 기념 행보를 이어간다. 천안함 용사 故문규석 원사의 모친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오찬을 갖고, 평택 해군 2함대를 찾는다. 2함대 내 천안함 및 제2연평해전 추모 '안보공원'도 둘러볼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은, 식전 행사로서 유족 대표와 군 주요직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합동묘역(2015년 조성)과 천안함 합동묘역 등 참배로 시작됐다. 본 행사는 국민의례, 전사자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는 롤콜(roll-call), 헌화·분향, 영상물 상영, 기념사, 기념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전국 13개 광역시·도에서도 정부기념식에 준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밖에도 서해수호 걷기대회, 사진전, 서해수호 현장 방문, 문예활동 등 270여 개의 계기행사도 전국 보훈관서 주관으로 진행됐다.

해군은 대함·대잠 사격훈련, 전술기동훈련, 북방한계선(NLL) 국지도발 대응훈련 등을 펼치며 영해 수호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지난해 해군은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동·서·남해 한반도 전 해역에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훈련에는 4400t급 구축함인 대조영함(DDH-Ⅱ)을 비롯해 3200t급 구축함(DDH-Ⅰ) 2척과 2500t급 신형 호위함(FFG), 1500t급 호위함, 1000t급 초계함(PCC), 유도탄고속함(PKG·400t급), 고속정(PKM·130t급), 잠수함 등 해군함정 20여 척 등이 참가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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