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판매사 직원 “김봉현은 어마무시하게 로비하는 사람”
김봉현 지인 “증권사에서 라임 돌려막기 소문 나돈다”
‘금감원도 내 사람’의 실체는 고향 친구이자 금감원 내 에이스
김봉현 “강기정에게 5천만원 줬다” 법정 진술도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배후이자 전주(錢主)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까지 로비를 한 정황이 13일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지인과의 문자 메시지에서 “금융감독원이고 민정수석실이고 다 내 사람”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앞서 라임 펀드 판매사 대신증권 직원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김 전 회장을 “어마무시하게 로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가 터질 것을 우려하는 지인과의 대화에서 “나는 경비를 아끼지 않는다”며 이같이 썼다. 당시는 지난해 5월 26일로, 1조6000억원대의 피해를 안긴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이전이다. 김 전 회장은 당시 개명 전 이름인 ‘김기만’을 사용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금감원 출신 청와대 행정관에게 뇌물을 주고 라임자산운용 검사 계획서를 빼돌린 것은 이미 법정에서 인정됐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청와대 민정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또 김 회장과 문자를 나눈 지인은 “증권사 있는 친구랑 통화했는데 그 친구 말이 요즘 여의도에 라임 돌려막기 한다고 소문 다나서 조만간 사고날 것 같다고 한다”며 “걱정도 되고 인사도 드릴려고 전화드렸다”고 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이 지인을 안심시키며 “찌라시 소문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잘해달라”고 덧붙였다. 지인은 “회장님 하시는 일인데 사고가 있겠느냐. 그냥 이런 소문도 있다고 알려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라임 사태는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약 두 달 뒤인 작년 7월 22일 경제 매체에서 관련 보도가 시작되며 본격화 됐다. 라임자산운용은 고객 투자금을 빼돌려 돌려막기 하는 수법으로 사태를 키웠다.

이후 ‘금감원도 내 사람’이라는 김 전 회장의 발언 속 인물은 재판에서 실체가 밝혀졌다. 김 전 회장의 광주 고향 동갑내기 친구이자 금감원 내 에이스로 평가받던 김모 전 팀장이다. 김 전 팀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을 간 후 김 전 회장으로부터 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 계획서를 빼돌렸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달 1심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사건 무마 청탁용으로 현금 5000만원을 건넸다고 법정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표가 내일 청와대 수석을 만나기로 했는데 5개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5만원짜리 다발을 쇼핑백에 담아 500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또 “수석이란 분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화내듯이 ‘(라임이) 억울한 면이 많은 모양’이라고 본인 앞에서 강하게 말했다고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강 전 수석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강 전 수석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강세씨를 청와대에서 20여분 만났지만 조언만 해주고 끝났다”며 “청와대를 출입할 때 소지품 검사가 철저한데 어떻게 5000만원이 든 가방을 들고 들어올 수 있느냐”고 부인했다.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의 증언 내용이 허위라며 김 전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12일 고소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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