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기본적 사실 관계 파악도 못해 허둥대는 장면 연출
"몰랐다" "살펴보겠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등으로 일관
유의동 "금감원이 옵티머스와 공범이냐?"...당황한 윤석헌 "실무자가 답해도 될까요?"
여당도 환매중단 이후 라임 감독 부실한 금감원 질타..."이정도면 직무유기"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라임, 옵티머스 부실 사기 펀드 관리감독에 무관심과 무능으로 일관해왔음이 드러났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 파악도 마치지 않은 채로 국정감사에 나와 "살펴보겠다" "알지 못했다"는 등의 답변만 하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책을 받았다. 여당 의원조차 금감원이 이번 사태의 전모를 미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더라도 사후 대책에서 만큼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감에서는 금감원의 라임, 옵티머스 등 대형 사모펀드 감독 실패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금감원이 대형 사모펀드의 부실 사기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뒷북 대응을 해 시간을 끌어 특혜를 줬다는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신청 관련 의사진행 발언에서 "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이 사전에 사기라는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금감원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동조 내지 방조를 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며 "두 금융당국을 움직일 수 있는 배후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 양호 전 나라은행장은 대주주로 사실상 실세 역할을 하고 있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고문으로 금융당국과의 유착을 도운 인물이다. 이 둘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이외로 은행권 채용비리와 부실 사모펀드 판매 문제 등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을 증인신청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7차례 민원이 접수된 점,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 52곳을 조사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부실 징후 운용사로 분류해 놓았던 점 등을 지적했다. 금감원이 환매 중단 전 예방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음에도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원장은 "사모펀드 수가 워낙 많아 들여다보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우호적인 금감원은 처음 봤다. 라임과 옵티머스에는 권력층이 다 연루돼 있다"며 "민원 말고도 2018년과 2019년에 세 차례나 기관경고, 과태료, 해임요구, 허위공시 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 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징계도 했다. 잡아낼 기회가 참 많았다"라고 했다.

옵티머스는 투자자들에게 공공기관과 지자체 매출채권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겠다고 해놓곤 실제로는 5000억원의 펀드 자금을 자신들과 관련 있는 5개 비상장 신생기업의 사모사채에 투자했다. 이렇게 5개 업체를 거쳐 빼돌린 펀드 자금은 성지건설을 비롯한 수많은 부동산 기업들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M&A 등에 쓰였다. 

윤 의원은 조선기자재 업계에서 주목받은 히든챔피언(강소기업) '해덕파워웨이'가 옵티머스와 옵티머스의 페이퍼컴퍼니인 '셉틸리언'의 M&A로 지난해 10월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된 것을 내밀며 금감원의 관리감독 부실을 질타했다.

윤 원장은 "금년초부터 상시감시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면서도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상시감시체제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의 인력과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원장이 '몰랐다. 살펴보겠다', '금감원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답변을 반복하자 야당 의원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이진아 같은 청와대 인사들이 관련돼 있다는 옵티머스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시점이 언제인가?"라고 물은 데 대해 윤 원장은 "정치권 인사 관련해선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 성 의원은 "그럴거면 감사를 왜 했느냐"며 "정치권 인사들 언급되는 것은 언제 보고를 받았느냐는 거다"라고 고성을 질렀다. 윤 원장은 끝까지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만 했다.

성 의원은 라임 사태가 터지고 금감원의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옵티머스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부실 펀드에 대해 올해초 집중모니터링했다고 밝힌 기간(1월~5월)에만 3000억이 NH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됐다"고 했다. 윤 원장은 "현장조사는 6월부터였다"고 답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장과 직원 모두가 무능하다는 얘기 밖엔 안 된다는 질책에도 "그리 말해도 할 수 없지만 우리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윤 원장의 사태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옵티머스가 공공기관에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러하지 않은 것을 언제 알았느냐"고 물었다. 윤 원장이 당황하다가 "알아보고 답변을 드리겠다"고 하자 유 의원이 기초적인 것도 모르냐며 고성을 질렀다. 이때부터 윤 원장 뒤에 착석한 금감원 실무자는 허둥대는 윤 원장에게 답변지를 여러 번 건네야 했다.

유 의원은 "지난 3월 21일 금감원이 옵티머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옵티머스가 운용 중인 46개 펀드 모두 사모사채에 편입된 점이 확인된다"며 "그런데 왜 판매 중단을 하지 않았느냐. 이 때부터 6월까지만 2000억 넘는 상품 판매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이 계속 추궁하니 윤 원장은 불안한 듯 뒷자리에 실무자를 찾는 태도를 보였다. 유 의원이 "펀드 부실에 대한 금감원의 서면조사가 4월 28일에 이뤄졌다. 어떤 자료를 요구했느냐?"며 "가장 기본이 통장 확인, 즉 자산과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달이나 지난 5월 26일에야 하나은행으로부터 통장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의 옵티머스 서면조사가 5월 28일에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 종료 이틀 전에야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자산 및 거래내역을 확인한 셈이 된다.

유 의원은 "이러고도 금감원의 인력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하다, 수단에 제한이 많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금감원이 일부러 옵티머스 사태를 외면했다는 점을 제대로 지적하겠다"고 했다. 

유 의원이 "금감원이 옵티머스와 공범이냐?"고 질타하자 윤 원장은 "실무자가 답변을 드려도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원장은 또 다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지 우리가 권한 밖의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질의한 내용 중에 금감원의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게 뭐가 있느냐? 말해보라"며 "업무지침에 있는 것을 왜 안했느냐고 묻는 것인데, 말같은 소리를 해야지!"라고 고성을 질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임이 환매중단 상태에서도 부실기업 주식에 계속 투자했다며 "라임운용이 손해를 입기 위해 계획적으로 했다. 거래소 자료를 봐도 이런 수상한 거래를 알 수 있다. 조사한 적 없죠?"라고 했다. 민 의원은 조사한 적 없다는 윤 원장에게 "환매중단 이전이 아니라 이후에 일들이다. 이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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