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 직후 구속집행...서울 동부구치소 3.95평 독방 수감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MB 참석 않고 '서류심사'로만 진행
MB "모든 것은 내 탓, 자책감 느껴"
"깨끗한 정치 하고자 노력했지만, 미흡한 부분 없지 않았다"
한국당 "훗날 역사가 文정권과 검찰을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볼 것"
1년 사이 전직 대통령 2명 구속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0시 2분께 구속됐다.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후 9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밤 11시 6분쯤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대기하고 있던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집 앞에 도열하고 있던 측근들과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타고 구치소로 이동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가 아니라 서울동부구치소 3.95평 규모의 독방에 수감됐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다음달 초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다음주 초쯤 구치소 방문조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 자체를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추가 대면조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면서 1년 사이 두 명이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됐다.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수감되는 것은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감된 이후 23년 만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노태우·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구속 수감되는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돼 있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별도의 심문 절차 없이 서류심사로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했다"며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각종 수사기록을 포함해 8만 쪽이 넘는 자료를 제출했고,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100여 쪽 분량의 의견서와 대법원 판례 등 수백쪽에 달하는 자료를 준비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영장이 발부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며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 번 잘 해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참담하다”는 논평을 내놨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의도적으로 피의사실을 유포해 여론을 장악한 후,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구속시켰다"며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무척 잔인하다"고 평가했다. 또 "훗날 역사가 문재인 정권과 그들의 검찰을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뇌물, 횡령 등 20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 이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가 최대 쟁점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과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의 소송비 60억원을 삼성전자가 대납한 것을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이 외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보그룹, ABC상사,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총 33억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자금은 총 110억원대다.

검찰은 잠정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넘길 3402건의 대통령기록물을 서울 서초동 영포빌디에 있는 다스 비밀창고에 보관한 혐의(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부동산과 예금 등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등 일체의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몰랐으며, 다스는 형 이상은씨 등 주주들의 것이라는 입장으로 혐의를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글 전문>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번 잘 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재임중 세계대공황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같이 합심해서 일한 사람들
민과 관, 노와사 그 모두를 결코 잊지 못하고 감사하고 있다.
이들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뿐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2018. 3. 21. 새벽

이 명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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