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만 23~24m...중·러 넘는 세계최대 이동식 ICBM
사거리보다 탄두중량 늘이는 데 중점...핵탄두나 다탄두 탑재
美 방어망 뚫고 1톤 이상 탄두로 뉴욕·워싱턴 동시타격 가능
다만 시험발사 등 이뤄지지 않아 완성도 여부는 속단 어려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A형에도 전문가들 주목
종전 모델보다 직경 커져 다탄두 탑재할 가능성 높아

10일 북한 당창건 75주년 야간 열병식에서 첫공개된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바퀴가 22개 달린 신형 이동식 발사차량에 탑재돼 화성15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커져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 최대의 이동식 ICBM으로 평가된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길이와 직경이 커져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탄두부를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량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중국 신형 ICBM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이동식 ICBM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시험발사 등이 이뤄지지 않아 완성도와 실전배치 가능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중국·러시아 뛰어넘는 세계 최대 이동식 ICBM>

북한은 10일 오후 9시쯤 노동신문을 발간해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를 보도하고, 112장의 열병식 고화질 사진을 공개했다. 신형ICBM 등 전략무기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사진을 분석해보면 신형 ICBM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는 11축 22륜(바퀴 22개)으로 식별됐다. 종전 화성-15형이 9축형(18륜형)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있었던 데 비해 2축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길이 21m 가량인 화성-15형보다 2~3m 가량 길어져 길이가 23~24m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TEL의 바퀴 수가 늘고 길이가 길어진 것은 미사일의 중량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10일 북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ICBM. 신형 ICBM에 비해 2축이 적은 9축형(18륜형)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있다. 최대 사거리 1만3000km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10일 북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ICBM. 신형 ICBM에 비해 2축이 적은 9축형(18륜형)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있다. 최대 사거리 1만3000km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비교 대상인 러시아 신형 토폴-M ICBM의 길이는 22.7m, 중국 신형 DF(둥펑)-41 ICBM의 길이는 21m다. 이들은 모두 8축형(16륜형)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돼 있다. 북한의 신형 ICBM이 이보다 바퀴도 더 많이 달리고 훨씬 크다. 중·러 신형 ICBM 능가하는 세계 최대 이동식 ICBM인 셈이다. 북한이 신형 ICBM을 어떻게 명명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들은 화성-15형보다 진화한 사실상 ‘화성-16형’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신형 ICBM은 액체연료 기반일 가능성이 높다. 즉시 발사 가능한 고체연료 엔진 장착까지 기술이 발전하진 못했다는 의미다. AFP통신도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것이 세계 최대의 도로 이동식 액체연료 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신형 ICBM은 현재까지 북한이 중점을 두고 있는 액체연료 기반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형 ICBM 측면에 흰색 사각형 표식으로 연료·산화제 주입구로 의심할 수 있는 영상이 식별되고, 1단 하단의 엔진 노즐부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과 발사대의 구조물 형태가 크기만 상이할 뿐 구조 측면에서 화성-15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다탄두 개발 성공시 1t이상 무게로 뉴욕·워싱턴 동시타격>

군 당국은 종전 모델보다 길이와 직경이 커진 신형 ICBM이 사거리 증대보다는 탄두중량을 늘이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애초에 종전 모델이었던 화성-15형의 사거리는 최대 1만3000㎞로 북한이 뉴욕 등 미 전역을 타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에 따라 신형 ICBM은 위력이 훨씬 큰 핵탄두를 탑재하거나 2~3개의 다탄두를 탑재하는 데 주안을 뒀을 것이란 추측이다.

북한이 다탄두 ICBM 개발에 성공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신형 ICBM 탄두부 측면에서 단분리 또는 자세제어를 위한 구조물이 식별됐다. 또 탄두부엔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도 식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탄두 ICBM을 쏘려면 PBV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PBV가 탑재됐다면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탄두 ICBM은 목표 지점 상공에 도달한 뒤 3~10개 탄두로 분리돼 목표물을 타격한다. 이 때문에 요격이 쉽지 않다. 이론적으론 ICBM 1발로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요격 능력을 위협하는 것으로, 북한이 다탄두 ICBM을 보유할 경우 미국에 대한 전략적 지위 또한 상승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신형 ICBM의 직경과 탄두 길이가 커지고 길어진 것은 다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멜리사 해넘 미 스탠퍼드대 열린핵네트워크 연구원은 트위터에 “액체 연료이며 매우 거대하고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미사일 길이가 길어진 것은 탄두부에 PBV를 장착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에 비해 2단 로켓도 길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신형 ICBM이 백두산 엔진 4기를 결합(클러스터링)한 1단 로켓 엔진과, 화성-15형보다 강력한 신형 2단 로켓 엔진을 결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화성-15형 1단 로켓 엔진은 백두산 엔진 2기를 결합한 형태다. 이를 통해 신형 ICBM은 화성-15형 탄두(500㎏ 안팎)보다 2배 이상인 1t 이상의 탄두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북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첫공개된 신형 북극성-4A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SLBM에 비해 길이는 짧아지고 직경은 커져 신형 4000~5000t급 잠수함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조선중앙TV 연합뉴스
10일 북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첫공개된 신형 북극성-4A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SLBM에 비해 길이는 짧아지고 직경은 커져 신형 4000~5000t급 잠수함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조선중앙TV 연합뉴스

이날 열병식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A형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극성-3형에 비해 길이가 짧아진 것과 길어진 것 두 종류가 식별됐다. 길이가 짧은 것은 4천∼5천t급 잠수함용(6발 탑재)으로 보이며, 길이가 긴 것은 진수가 임박한 로미오급 개량형인 3천t급 잠수함(3발 탑재)에 탑재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현재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 사실상 건조를 완료한 로미오급 개량형은 SLBM 3발가량을 탑재한다. 짧은 것의 길이는 8~9m, 직경은 1.8~2m로 분석돼 탑재에 문제가 없다. 또 북극성-4A형은 북극성-3형보다 직경이 커져 여러 개의 탄두, 즉 다탄두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신형 4000~5000t급 잠수함은 선체에 SLBM 6발가량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극성-4A형은 신형 잠수함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도 “북극성-4A형은 북극성-3형보다 직경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탄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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