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 오후 7시부터 노동당 창건 75주년 중계 시작 "상상 못할 힘 과시“
김정은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 사용하면 가장 공격적인 힘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
미국 본토 타격 가능한 다탄두 ICBM ‘화성-16형’ 개발 여부 주목
합참 “대규모 장비, 인원동원” 구체적 설명은 안 해...한미, 정밀 분석 중

2020년 10월 10일 새벽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김정은장과 고위간부들이 주석단에 선 모습 (조선중앙TV)
2020년 10월 10일 새벽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김정은장과 고위간부들이 주석단에 선 모습 (조선중앙TV)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일 새벽(일명 쌍십절)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공개했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7시부터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광경을 중계했다.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도 열병식에 참석했다. 김정은은 군복 대신 밝은 회색 정장에 짙은 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이날 열병식에서 “위대한 영광의 밤을 맞이했다”며 “너무도 감격스럽다”고 했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은은 연설 중간에 울먹이며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위협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남한을 향해서는 유화적 메시지를 내놨다.

김정은은 "우리는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는 데 이바지할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닫혀 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위협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이 자리를 빌어 지금 이 시각도 악성 비루스에 의한 병호와 싸우고 있는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며 진심으로 마음속 깊이 모든 사람들의 건강이 제발 지켜지고 행복과 웃음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보내며 하루 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다시 이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북한이 겪고 있는 삼중고를 언급하며 주민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했다.

김정은은 “한 명의 악성 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과 군 원수들인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참모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눈의 띄었다. 이날 행사에는 참가자와 평양시민 등 수만 명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조선중앙TV 캡처]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조선중앙TV 캡처]

 

열병식은 평양 시내 야경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명예 기병 상징 종대와 53개 도보중대, 22개 기계화 종대 등이 김일성 광장에 차례로 입장했다. 각 종대는 “김정은 결사옹위”를 외치며 도열했다.

조선중앙TV는 열병식이 개최된 지 약 19시간 뒤인 이날 오후 7시에 녹화중계했다. 조선중앙TV는 “할아버지 세대로 불리는 정규 무력의 첫 열병식 참가자들이 원자탄과 맞서야 했던 무기는 보병총에 불과했다”며 “오늘의 열병식에 참가하게 될 그들의 손자 세대는 너무도 변했고, 누구도 상상 못할 힘을 가지고 세상에 그것을 과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째서 우리 당이 참기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총대만은 억세게 틀어쥐어야 했고 형언할 수 없는 도전 광풍에 부닥치면서도 전쟁억제력을 다지고 또 다져야 했느냐”고 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새벽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일 새벽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 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하여 정밀 추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날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동원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0일 새벽 12시부터 오전 3시까지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에 거주 중은 다수의 소식통들이 10일 새벽 비행기와 드론이 평양 상공을 날아가는 소리, 중장비가 이동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소식통들은 NK뉴스에 10일 0시경 불꽃놀이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심야에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북한은 열병식을 오전 10시 전후에 개최했다. 정보당국의 관계자는 심야에 열병식이 이뤄져 동원된 전략무기의 제원을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보 당국은 열병식이 진행된 시간대에 찍힌 위성영상을 비롯해 정찰기 등의 첩보 자산으로 수집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북한의 무기와 장비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를 마무리하며 “멀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신형 ICBM 등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에 대해 현재 분석 중”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첩보 위성이 심야시간대에 적외선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도 주간처럼 선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과 정보당국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ICBM이 2017년 11월에 발사한 ‘화성-15형’을 개량한 ‘화성-16형’인지 주목하고 있다.

화성-15형은 탄두부가 뽀족한 화성-14형과 달리 뭉툭한 형태다. 전문가들은 그간 북한이 신형 ICBM을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발할 것으로 예상해왔던 만큼 새 ICBM은 탄두부가 변형됐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북한이 다탄두 ICBM을 개발했다면 이론적으로는 워싱턴이나 뉴욕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다탄두 ICBM을 개발하려면 상단 로켓 또는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PBV 또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9축 18륜(바퀴 18개)의 화성-15형 이동식발사태(TEL) 크기나 미사일 길이 및 직경 변화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직경이 커졌다면 이는 2단 추진체를 고체 연료 엔진으로 개발했을 수 있다.

이밖에 북한이 작년 10월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제 SLBM '쥐랑(巨浪·JL)-2'와 외형이 닮은 북극성-3형은 시험발사 때 최대 비행고도 910여㎞, 비행거리 약 450㎞로 탐지됐다. 길이는 10m 이상, 직경 1.4m로 추정되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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