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기자
이세영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행보를 살펴보면 과연 현재의 대한민국 체제에 동의하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민노총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법보다 위에 있는 조직’이라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기업보다, 지역사회보다, 국가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강조하는 모습이 더 우선된다. 그러면서도 매번 자신들의 요구를 강조할 때는 국가의 일원인 국민의 목소리를 자처하니 아이러니하다.

작년 11월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하는 민노총 건설노조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당시 집회는 신고시간을 지나 마포대교 불법 점거 등으로 변질됐고, 당시 퇴근길에 마포대교를 경유하는 수많은 인원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여론조차 악화됐으며, 이를 주도한 민노총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에게는 집회 4개월이 지난 이달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러나 장 노조위원장은 일주일 넘게 잠적 중이다.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30분가량 앞두고, 건설노조 입장문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에 대한 벌을 받겠다. 다만 올해 말까지 남은 임기를 마친 뒤다”라며 공개적으로 구속영장 집행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건설근로자법을 임기 내 개정하겠다는 자신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는 법적 처벌을 미루겠다는, 법치국가에서는 상당히 황당한 이유이다.

민노총 집행부가 영장 집행을 피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경찰관 76명이 다치고 경찰 버스 43대가 파손되는 등 서울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켰던, 이른바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주도한 민노총 이영주 전 민노총 사무총장과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각각 체포영장 혹은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법 질서에 대해 무시하거나 회피했다. 이영주 전 사무총장은 민노총 사무실에 은신하면서, 수배 상태로 고용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특히 이영주 전 사무총장은 건설노조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임기를 마친 뒤 벌을 받겠다”고 밝히더니 실제로 체포영장 발부 2년이 지나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 체포됐다. 흥미로운 점은 임기 마무리 직전인 지난해 12월 그는 뜬금없이 민주당사를 점거한다. 체포 직전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임기 마지막 역할이라는 듯이 단식 농성을 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고 언론을 집중시켰다.

평소 민노총과 대화채널을 열어놨던 민주당 측에서도 당황스러움을 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은 수배자에 의해 당사가 점거당했어도 별다른 의견표출을 하지 않았다. 수배자를 대하는 현 여권(與圈)의 모습은 현재 상대 진영을 향해서는 캐캐묵은 과거까지 들추어내며 무자비(無慈悲)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었다.

투쟁정신을 보여준 이 전 사무총장의 행보는 한상균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 패턴이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수배된 처지에 놓였을 때에 조계사로 도피했다. 도피 중에도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해 “내가 책임질테니 청와대로 진격하라”며 투쟁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이 전 사무총장과 한 전 위원장이 체포되기 직전의 모습은 마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강렬하게 외쳤던 투쟁사의 이미지를 이어받은 듯한 모습이다.

현재 한상균 전 위원장은 지난해 5월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이영주 전 사무총장은 재판 중이며,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은 도피 중이다. 민노총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부터 해서 이들을 한명 한명 추가하며 ‘양심수를 석방하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건설노조 위원장 또한 임기 말에는 무언가 이목을 최대한 끌며 자신의 목소리를 호소하며 잡혀 들어갈 것이고, 민노총은 양심수 석방을 함께 외치지 않을까 싶다.

이들 모두 법치국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힘든 대응방식이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의 대대적인 조직력 때문일 것이다. 만약 민노총의 요구에 반발하면, 민노총의 단결된 모습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대대적인 민노총측의 반발이 광장에서 벌어질뿐더러, 온라인 상에서도 수많은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다. 조직력이 있기에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때문에 특히 민노총의 눈치를 보는 정권은 앞으로도 노조위원장 검거에 더욱 힘을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명목상, 형식상 수배령만 내려가고 조용히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심지어 촛불집회를 열었던 청구서를 알게 모르게 강조하는만큼 민노총 범법자들을 무작정 검거하지도 못할 것이다.

전체주의적 행동에 여론과 정권조차 휘둘리는 실태가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권이 노조의 범죄마저 비호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지난 정권에 과거를 철저히 들춰내 단죄하는 모습과는 극명히 대비될 듯하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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