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르포]차벽과 펜스로 가로막힌 9일 광화문광장엔 '검문의 자유'만 있었다
[광화문 르포]차벽과 펜스로 가로막힌 9일 광화문광장엔 '검문의 자유'만 있었다
  • 박순종 기자
    프로필사진

    박순종 기자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20.10.10 12:08:15
  • 최종수정 2020.10.11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적지가 어디입니까?"...경찰, 광화문광장 향하는 시민들 통행 차단
경찰, '불법집회' 막는다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원천봉쇄'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기초 법률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경찰 측이 설치한 차벽과 펜스 등은 늦은 오후 모두 철거돼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 9일(한글날), 시민들로 붐벼야 했을 서울 광화문광장은 경찰이 동원한 수백 대의 경찰 버스로 이뤄진 차벽과 펜스로 가로막혔다.

이날 차벽 및 펜스 설치와 관련해 경찰 측은 “오늘(9일) 오전 7시께 차벽 설치를 시작했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천절(3일)보다는 경찰 버스를 줄였고, 개천절과 달리 차벽이 광화문 광장을 둘러싸지도 않았다”고 했다. ‘과잉대응’ 논란이 인 ‘광화문광장 원천봉쇄’가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9일, 경찰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법집회를 막는다는 이유로 광화문광장 인근 지역에 차량을 배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했다.(사진=박순종 기자)
9일, 경찰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법집회를 막는다는 이유로 광화문광장 인근 지역에 차량을 배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했다.(사진=박순종 기자)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찰 측 설명과 같이 광화문광장 주위가 차벽으로 둘러쳐지지는 않았지만, 광화문광장 외곽 지역에서 광화문광장 쪽으로 진입할 수 있는 모든 도로에는 차벽이 둘러쳐졌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골목에는 방패를 든 전경들이 배치됐으며, 필요 최소한의 인원이 드나들 수 있도록 틔워 놓은 경찰 측 차량과 차량 사이의 공간에는 경력을 빽빽이 배치해 둠으로써 경찰은 시민들의 광화문광장 출입을 통제했다.

“목적지가 어디입니까?”

이날 광화문광장 쪽 출입을 통제한 현장의 경찰 관계자들은 광화문광장 쪽으로 가려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물었다. “광화문광장 쪽으로간다”고 답한 시민들에게 경찰 관계자들은 “오늘 광화문광장으로는 갈 수 없다”며 시민들을 되돌려보냈다. “왜 못 가느냐”는 식으로 경찰 관계자들에 항의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지만, 경찰과의 말싸움을 이내 포기한 이들은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어째서 광화문광장 쪽으로 가지 못하게 하느냐는 물음에 현장의 경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불법집회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즉, 경찰은 광화문광장 쪽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불법적으로 집회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찰 신분증(국가공무원증)을 제시하고 소속과 관등성명을 밝히는 경찰관은 거의 없었다.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지역에 배치된 경찰 관계자들이 광화문광장 족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정지시켜 목적지 등을 질문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지역에 배치된 경찰 관계자들이 광화문광장 족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정지시켜 목적지 등을 질문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경찰공무원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제3조(불심검문)에 따르면 경찰관은 ‘수상한 행동이나 그 밖의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어떠한 죄를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해당 인물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질문을 당한 이에게는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는 질문을 하는 경찰관이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며, 같은 법률 12조는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끼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엄하게 금하고 있다. 경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 가운데 증거로써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이의 경우 해당 경찰공무원에 대한 형사 처벌을 사법 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수색영장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의 신체를 수색하는 것 또한 불법이므로 경찰의 수색 시도에 대해서도 시민은 이를 거부하고 법률로써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한편,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 위치한 보신각과 그 일대에서는 지난 4월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깃발 등을 들고서 광화문광장 쪽으로 접근하려고 해 경찰과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이 설치한 펜스 등은 이날 늦은 오후 모두 철거됐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