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로비 관련 문건·진술 나왔지만 이성윤 중앙지검 뭉갠 의혹
옵티머스, 정치브로커·금감원 간부 등에 수억원 로비 진술
윤석열 “정관계 로비 의혹 철저 수사하라” 이성윤에 지시

 20일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 모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모임 구성원들이 사기 판매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20.7.20/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이 전개한 옵티머스 수사가 부실·축소 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옵티머스 측에서 투자 부실 사태를 감출 목적으로 청와대·여권 인사들에게 로비를 제공한 자료와 피의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고도 수개월 간 관련 수사 속도를 늦춘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는 지난 6월 옵티머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적힌 옵티머스 내부의 ‘대책 문건’을 확보했다. 동시에 옵티머스가 투자받은 1조2천억원 중 500억원을 유령회사 셉틸리언에 쟁여두고, 이 금액 중 일부를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활용한 진술·계좌내역까지 확보했다.

<정치권 인사들이 뒤 봐준 의혹...이재명도 언급>

문건에는 청와대 실장·비서관급 5명, 민주당 인사 7~8명을 포함해 정·관계, 기업인 등 20여 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옵티머스 내부 분쟁에 관여했거나 옵티머스 펀드 수익자로 참여한 걸로 돼 있다. 문건에는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 매출채권 일부 위조된 사실 검찰이 수사하자 ‘이헌재 전 총리 소개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위촉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여기에는 채 전 총장과 관련해 그가 옵티머스 고문 자격으로 정계에 접촉한 내용도 문건에 적혀 있다. 채 전 총장이 올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면담했다는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채 전 총장과 이 지사는 옵티머스 자금이 투입된 경기도 광주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대해 대화했다. 이에 대해 문건에는 ‘인허가 시점은 9월로 예상 차익은 1680억원이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 사업은 2018년 국토교통부의 검증을 통과하고 지난 5월 경기도에 단지 조성 인허가 신청을 냈지만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반발해 난항 중에 있는 사업이다.

채 전 총장은 “해당 날짜에 그 단체장을 처음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물류단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인허가 등 어떤 말을 꺼낸 사실은 없다”고 했다. 이 지사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윤석호 사내이사 변호사가 작성한 문건 ‘펀드 치유 하자 관련’에는 옵티머스 설립 과정부터 문제점 향후 계획 등이 적혀 있다.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이사가 민주당과의 과거 인연을 매개로 국회의원, 민주당 유력 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거짓으로 탄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이 당사(옵티머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이라는 문장도 담겼다.

한편 윤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정치브로커 3명에게 로비 자금을 댔다고 진술했다. 이 가운데 전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신모씨에겐 4억원 상당의 롤스로이스 렌탈비와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대표적인 로비창구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신씨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할 당시 여권 인사들의 선거 유세를 도우며 정치권 인맥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옵티머스 투자금 중 2000만원은 금감원 전 국장에게 흘러들어 간 사실도 확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우).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우). (사진 = 연합뉴스)

<이성윤, 윤석열 패싱하고 로비 수사 뭉갰나>

그러나 검찰은 정관계 인사가 다수 연루된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을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에선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해당 의혹에 대한 피의자 진술을 증거능력 있는 피의자 조서 대신 증거능력 없는 면담조서와 내부 수사보고에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겐 옵티머스 로비 의혹과 관련한 수사 상황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지난 7일 조남관 대검 차장 등을 통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옵티머스 관련 금융 사기와 로비 의혹 모두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법무부에서 친정권 성향의 검찰 간부를 요직에 앉히더니 결국 ‘정권 방탄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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