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세 前광주MBC 사장 정관계 로비창구 역할
김봉현 “강기정이 김상조에게 ‘억울한 면 많은 것 같다’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진술 확보하고도 수뇌부 온도차로 추가수사 못해
윤석열 언론보도 통해 강기정 연루 진술 처음 들어
강기정 “법적 대응할 것...허구 내용 첨가한 언론에 책임 묻겠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연합뉴스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8일 “작년 7월 이강세(58)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당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라임 사태 이후 청와대 고위 인사에 대한 구체적 로비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김 전 회장은 “5만원짜리 현금 다발로 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며 “이 대표가 인사를 잘하고 왔다고 해 금품이 잘 전달됐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광주 MBC 사장 출신으로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작년 7월 이 대표가 강 수석을 만나기 전날, 이 대표에게서 전화가 와서 ‘내일 강 수석을 만나기로 했는데 비용이 5개가 필요하다’고 해 5000만원을 전달했다”면서 “피고인이 청와대에 가서 강 수석을 만나고 돌아온 뒤 강 수석이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억울한 면이 많은 것 같다’고 강하게 얘기해줬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이런 내용의 진술을 이미 확보하고 금품이 오간 사실도 확인했지만, 수뇌부와의 온도차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해당 진술을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의 금품 수수 관련 진술이 나왔음에도 대검에 보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사 중 해당 진술이 나왔는데 이를 누락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남부지검 수사팀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돈다발을 건네는 CCTV 장면까지 확인했고, 청와대 고위 간부가 연루된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수사팀은 강 전 수석 외에도 여권 최고위 인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친 정권 성향의 인사를 통해 검찰의 정권 수사를 억눌러왔지만,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라임 수사를 지휘했던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7월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 조직을 떠났다. 사의 당시 검찰 내에선 송 전 지검장이 라임 수사로 청와대·여권과 갈등을 겪었다는 말이 나왔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한편 강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회장의 진술 중 나와 관련된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라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재판에서 진위도 밝혀지지 않은 한 사람의 주장에 허구의 내용을 첨가해 보도한 모든 언론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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