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조정 앞서 '송현동 부지 공원화' 기습 발표한 서울시
대한항공, 매각 대금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시와 협상

송현동 부지

서울시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이 나오기에 앞서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를 '공원'으로 용도 변경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가 기업의 상업용 토지를 일방적으로 '공원'으로 지정하고, 사실상 다른 매수자들의 입찰을 막아섰다는 점에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서울시는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의 특별계획구역은 폐지하고 공원으로 변경하는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호텔 등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관련 법규 등으로 무산됐고, 올해 초 경영악화로 땅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5월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사실상 매수자들의 입찰을 막았으며, 현 시세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해당 부지를 4670억원에 제시하는 등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기관의 횡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월 대한항공의 매각 발표 이후 15곳의 업체가 입찰 참가의향서를 냈으나 서울시 발표 이후인 6월에는 단 한 곳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으나, 이날 서울시가 권익위의 중재 조정 발표에 앞서 용도를 공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서울시가 무리한 발표를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LH공사를 통한 제3자 매입 방식을 계획하고 있으나, LH측에선 "합의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제3자 매입 방식을 통해 LH공사가 해당 부지 대금을 대한항공에 지급하면, 서울시 소유의 다른 땅을 송현동 땅과 교환해 LH공사로부터 넘겨받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당장 LH에 제공할 땅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발표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처음 민간에 매각된 1997년에 시민의 공간이 됐어야한다"며 "권익위 중재를 고려해 이 공원 결정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 고시는 권익위 조정 완료 시점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측은 "권익위 조정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도 지속해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대한항공 모두 권익위 조정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권익위 조정이 어떻게 나오든 서울시의 의지대로 송현동 부지에 공원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조정 결과는 권고일 뿐이라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이미 부지가 공원으로 확정된 상황서 매각 대금을 두고 서울시와의 협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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