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현 정권 비리 의혹에 칼 겨눈 뒤 거취 흔들려
야권 대선후보 1위 급부상...여권서 장모 의혹 공세 펼칠 듯
7년전 “수사에 외압 있었다” 폭로로 국감장 발칵 뒤집기도
“측근들 없어져 혼자 공세 받아내기 어려울 것” 관측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19.10.17/연합뉴스

오는 7일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2일, 대검찰청은 22일에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26일엔 법무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가 진행된다. 이중 주목받는 건 대검찰청 국정감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작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사건 수사 이후로 현 정권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면서 야권 대선후보 1위로 부상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여권 의원들의 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권에선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아내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 등이 사기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의 공모 여부, 그리고 정권 수사 관련 내용 등에 대한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은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말을 아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그는 가족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윤 총장의 장모와 아내 등이 연루된 사건을 형사1부에서 형사6부(부장 박순배)로 재배당하고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총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작년 10월 국정감사 이후 처음이다. 현 정권의 비리 의혹에 칼을 겨눈 뒤 법무부의 인사 조치로 측근들이 모두 좌천되거나 지방으로 발령돼 사실상 고립된 상태다. 아울러 여권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면서 검찰 조직도 흔들리고 있다. 그의 주변 측근들에 따르면,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침해받는 데 대한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3일 윤 총장은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고 밝히면서 현 정권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경기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작심 발언’을 내놓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윤 총장은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면 충돌했다. 사건 수사팀장에서 배제된 윤 총장은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폭로해 국감장을 발칵 뒤집어놨다. 이에 대해 조 전 지검장은 수사팀의 행동이 절차와 지휘 체계를 무시한 항명이라고 규정했지만, 윤 총장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윤 총장의 대응에 대한 검찰 내부의 관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는 “윤 총장이 본인 가족 의혹 등에는 관여한 바 없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권 수사와 관련한 질의에는 워낙 상황을 꿰뚫는 발언을 하시는 분이라 입장을 소신 있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검사는 “작년 국감 때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며 “측근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공세를 혼자서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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