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親與 기관인 대법원, 경찰청마저 악법 인정한 것”
경찰 “공수처 검사도 범죄혐의 생기면 검·경에 알려야”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지휘관 표장을 달아주고 있다. 2020.7.29/연합뉴스<br>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지휘관 표장을 달아주고 있다. 2020.7.29/연합뉴스

경찰청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기습 상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수처법 개정안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크게 공수처 수사관 인원, 처장의 직무권한, 고위 경찰공무원의 범죄 이첩 등의 부분에서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우선 공수처장 요청에 따라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관계 기관장들이 수사 협조에 응하도록 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 “행정기관의 직무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공수처 수사 협조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덧붙일 것을 요구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또 경찰청은 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공무원의 범죄 혐의가 발견됐을 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한 내용에 대해서도 ‘수정 의견’을 냈다. 법 취지가 공수처와 검찰의 상호 견제인 만큼, 경찰공무원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개정안대로 강행한다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가 발견됐을 때 대검찰청·경찰청에도 통보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측의 범죄 혐의도 검·경에 전달하라는 것이다.

경찰청은 검찰수사관 인력을 공수처에서 무제한으로 파견받을 수 있게 한 개정안 내용에도 비판 입장을 냈다. 경찰청은 ‘검찰청으로부터 검찰수사관을 파견받는 경우, 이를 수사처 수사관 정원에 포함시킨다’는 단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검찰 출신 수사관으로 과밀, 독점화할 우려가 있다”며 “특정수사기관(검찰)의 편중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공수처 관계기관인 법원과 검찰, 경찰 모두 공수처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셈이다. 앞서 대법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 등이 손상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검찰청은 작년 12월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대해 “공수처는 검경의 상급기관이나 반부패 수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사건 암장 여부를 감독하고 방지하기 위해 보고를 받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부 조직 체계에도 맞지 않다”며 비판했다.

윤한홍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악법(惡法)임을 친여(親與) 기관장들이 지휘하는 대법원, 경찰청마저 인정한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빼고 모두가 반대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사실상 없애는 내용이다. 해당 개정안은 민변 출신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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