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개천절 집회 저지에 정권 차원 총력 대응...모든 시민들이 검문 대상
경찰,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 설치...도심에만 180개 중대 1만1000여명 동원
조국과 추미애 자택 인근 '드라이브 스루' 집회, 법원 결정으로 간신히 열게 돼
방배서장은 직접 현장에 나타나 조국 아파트단지 접근 원천 불허
시민들, '섬뜩한 통제사회의 일면 보는 것 같다'...1989년 텐안먼 사태 당시 사진까지 제시

(사진=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정부가 3일 개천절 집회 저지에 정권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섰다. 법원까지 드러내놓고 압박하며 가용 가능한 모든 경찰력을 통해 '드라이브 스루' 형식의 소규모 시위를 원천 봉쇄했다. 이날 새벽부터 광화문 일대 전체가 물샐 틈없는 경찰차벽으로 도보 이동이 어려울만큼 폐쇄됐고 자차 이동하는 시민들도 해당 구역을 지날 때마다 수차례 검문을 받아야 했다. 시민들은 1989년 텐안먼 사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섬뜩한 통제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며 아연실색하고 있다.

당정청은 앞서 개천절 당일 서울 시내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 체포·면허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새벽 6시경부터 광화문광장 인근과 도심 곳곳에선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갑자기 열릴 가능성까지 완전 차단하기 위해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경찰은 경력 180개 중대 1만1000여명을 동원해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 등을 점검하고 있다. 시민 이모 씨(34세)는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도심으로 진입하는데 검문만 세 번을 받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으로 이어지는 세종대로와 인도, 광화문광장 인근 보행로, 광화문역 7번 출구 포시즌스호텔 주변 골목길,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목 등이 모두 경찰버스 차벽으로 가로 막혔다. 시민 진입을 막기 위해 케이블로 고정된 펜스도 설치됐다.

청계천 인근 길목에 배치된 경찰 병력. (사진=펜앤드마이크)

광장 주변 길목과 도로에는 15~20명의 경찰이 구역마다 배치됐다. 이들은 통행하는 시민들에게도 방문 목적을 묻고 저 멀리로 우회할 것을 안내했다. 일부 시민이 통제 구역 내 일이 있어 불가피하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경찰이 직접 목적지까지 동행하는 방식으로 출입을 허용했다. 

오전 9시 10분부터 광화문광장 일대 5호선 광화문역, 1·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 등은 무정차 통과역으로 전환됐다. 서울지하철공사는 개천절 집회 때문이라며 수시로 전동차 내 승객들에게 무정차 통과역을 안내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개천절인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셔터가 내려진 채 무정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 6시경 광화문광장에서부터 시작된 도심 통제는 10시경 시청역 너머까지로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시민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과 시청역 등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중장년층 시민 몇몇을 제지하며 "한두명의 인원이 모이면 대규모 시위가 된다"고 했다.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강동구민회관 주차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차량 10대 미만을 동원해 2시간 가량 강동 굽은다리역~강동 공영차고지 5.2㎞ 부근 '추미애 법무장관 퇴진운동' 시위를 벌였다. 보수단체 '애국순찰대'도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서초구 방배동 조국 전 법무장관 자택 일대와 광진구 구의동 추 장관 자택 인근에서 10대 미만 차량 집회를 열었다.

조국, 정경심 거주 중인 방배동 아파트단지 정문 앞. (사진=펜앤드마이크)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의 거주지를 관할하고 있는 일선 경찰서장들은 직접 집회 현장으로 나와 법원에서 허가한 대로 집회가 이뤄지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배서장은 조 전 장관의 방배동 아파트단지 입구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향해 "법원은 단지 앞 대로에서의 시위만 허용했다"며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시민, 유튜버들이 동네 주민들과 시비가 붙는 일도 발생했다.

시민들은 CCTV와 여러 언론사 사진 등으로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의 폐쇄 장면을 확인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아연실색하며 "명박산성이 남한산성이었다면 재앙산성은 만리장성" "군사독재 무섭다고들 하지만 사회공산주의 독재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걸" "육군 없는 위수령, 계엄령" 등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시민은 1989년 텐안먼 사태 당시 중국군 탱크들이 정가운데 줄지어 도열한 사진을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 사진과 함께 첨부하며 "가운데 땅크만 지나가면 완벽한데?"라고 비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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