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이진성 헌법재판관, 2017년 朴대통령 탄핵사유에 '세월호 참사' 추가
법조계, 이번 北만행에 대처 소홀한 文대통령 탄핵 사유로도 충분히 적용 가능
"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 직책수행의무 위반(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김이수 헌법재판관과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를 박 대통령 탄핵 사유에 포함시킨 두 헌법재판관의 논리는 자국민이 북한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사체 소각되기까지의 6시간 골든타임을 놓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적용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이같은 내용을 패러디해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이 법조계 인사들의 의견을 취합, 가상으로 작성한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경고장'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는 "피청구인은 스스로 사안의 중차대함을 인지했다고 밝히면서, 북한 지역이라 사실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19년 5월 3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사고당시 피청구인의 조치에 비추어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당시 사고는 현지시간 5월 29일 밤 9시, 한국시간 5월 30일 새벽 4시에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간이 밤중이어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웠고 정보 파악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한국정부가 있는 서울과 수십 킬로미터가 아니라 무려 8154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더 더욱 정보파악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사고 발생 4시간 만인 오전 8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구조 활동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오찬 약속을 취소하고 11:45경 관계부처 장관 긴급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신속대응팀 급파를 지시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어 "피청구인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였음에도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야할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라고 서술했다.

전문에서 수차례 대통령 탄핵이 타당하다는 점을 결론내리는 문장들은 헌법재판소의 지난 2017년 박 대통령 탄핵심판 전문 일부를 차용한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 탄핵사유에 세월호 참사를 보충의견으로 명문화한 김이수 헌법재판관과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퇴임과 동시에 문 대통령에 의해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과 헌법재판소장으로 각각 영전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가상으로 꾸며본 탄핵경고장 全文>

2017년 3월 대통령 탄핵 결정문 보충의견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하 편의상 피청구인으로 칭한다)이 탄핵의 피청구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2020년 9월 22일 대한민국 공무원 이OO씨(47. 이하 ‘한 국민’으로 칭한다)는 대한민국 영토 중 휴전선 이북지역을 불법점유하고 있는 반국가불법단체인 북한에 의해 총살당하고 시신을 훼손당하는 참사를 당했다.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참사를 당하는 당일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관한 파악과 대처과정에서 자신의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이 사소한 의무위반에 그치지 않고, 그 위반이 당해 상황에 적용되는 행위의무를 규정한 구체적 법률을 위반하였거나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와 같은 중대한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할 경우에는 파면사유가 된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이 탄핵 사유가 되는 헌법과 법률상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헌법 제69조는 대통령 취임선서의 내용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규정한다. 헌법 제69조는 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3항에 의하여 대통령의 직무에 부과되는 헌법적 의무를 다시 강조하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므로,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한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참조).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참조). 그러나 직책수행의 성실성에 관한 추상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게 성실한 직책수행의무가 구체적으로 부여되는 경우에 그 의무 위반은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되어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탄핵 사유를 구성한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2)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공무원의 성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어느 공무원이든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사유가 된다(같은 법 제78조 제1항,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별표 1).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대통령이라고 하여 이를 달리 적용하여야 할 명문 규정이나 해석상 근거는 없다. 따라서 대통령도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 의무에 위반한 경우에는 사법적 판단이 가능하고 대통령에게도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공무원들에게는 징계 사유가 되는 행위를 최고위 공무원인 대통령이 행한 경우에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결과가 되어 형평에 반하기 때문이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3)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고(헌법 제66조 제1항, 제2항), 국가의 제1 임무는 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다. 우리 헌법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을 영원히 확보할 것"(전문)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4조 제6항)고 선언하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는 이러한 국가의 의무 이행에 관한 최고책임자에 해당한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따라서 국가주권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국가위기에는 군사적 위협과 같은 전통적 안보 위기뿐만 아니라,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 테러 등으로 인한 안보 위기 역시 포함되며, 현대 국가에서는 후자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부여된 경우에는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단순히 도의적, 정치적 의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이고, 그 불이행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헌법 제69조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 의무는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부여된 경우 탄핵사유에서 말하는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의 기준이 되는 규범이 된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주권,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지거나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여야 하고(작위의무 발생), 둘째, 대통령이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보호하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어야 한다(불성실한 직무수행)(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1. 피청구인이 성실한 직무수행을 위반하였는지 인정하는 사실

(가) ‘한 국민’은 2020년 9월 21일 01:35경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 소연평도 남방 2.2km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근무 중 자리를 비웠고, 11:35경 점심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어업지도선 동료들은 ‘한 국민’을 찾아 나섰지만 발견하지 못하자 12:51경 해양경찰에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1등 항해사 ‘한 국민’의 실종을 신고했다. 13:50경 해경과 해군과 해양수산부는 선박과 항공기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나) 9월 22일 국방부는 15:30 반국가불법단체 북한 점유지역인 황해남도 옹진군 옹진읍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실종자 ‘한 국민’을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16:40 국방부는 북한군이 실종자 ‘한 국민’에게 표류 경위를 확인하고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도 입수했다. ‘한 국민’은 15:30부터 18:30까지 밧줄에 묶여있다 탈출했다. 안보실은 이러한 첩보를 정리하여 18:36경 피청구인에게 서면으로 보고했다. 20:30경 ‘한 국민’은 다시 북한군에게 붙잡혔다. 21:40경 국방부는 ‘한 국민’의 신변처리에 대해 북한군 대위급 정장이 상부의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감청했고, ‘한 국민’이 총살되었음을 인지했다. 22:00 국방부는 북한이 ‘한 국민’의 시신을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22:11경 감시장비를 통해 시신을 불태우는 불꽃을 포착했다. 22:30경 국방부는 청와대에 북한이 실종자 ‘한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보고를 했다.

(다) 9월 23일 01:00 청와대에서 서 훈 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되어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는 02:30경 끝났다. 피청구인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결과보고도 받지 않았다. 당시 피청구인은 01:26부터 01:42까지 제75차 유엔총회기조연설을 진행했다(9월 15일 녹화, 8월 18일 유엔에 발송). 08:30 피청구인은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에게서 처음으로 ‘한 국민’에 관한 대면보고를 받는다. 피청구인은 사실이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있는 그대로 알리라고 지시했다. 13:31경 국방부는 기자단에 서해상 어업지도공무원 실종사건을 공지했다. 16:35경 정부는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대북전통문을 발송하고 북한에 사실 관계 파악을 요청했다. 22:50경 언론은 ‘한 국민’의 참사 사실에 관한 보도를 시작했다.

(라) 9월 24일 08:00 청와대에서 안보실장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소집, 국방부는 사건 관련 분석 보고를 했다. 09:00 서훈 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은 피청구인에게 국방부 분석결과에 대해 대면보고를 했다. 피청구인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소집해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10:40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서 브리핑을 실시했다. 12:00 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원회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15:00 서주석 NSC 사무처장이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16:00 피청구인은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으로부터 NSC 상임위 회의 결과를 대면으로 보고 받았다. 피청구인은 매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북한에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촉구했다.

(마) 9월 25일 10:00 피청구인은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14:57 피청구인은 여민관 집무실에서 안보실 현안보고를 받았다.

(바) 9월 26일 15:47 피청구인은 관저에서 안보실 현안보고를 받았다.

(사) 9월 27일 10:37 피청구인은 관저에서 안보실 현안보고를 받았고, 15:00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대통령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사건발생이후 처음으로 열었다.

(아) 9월 28일 피청구인은 ‘한 국민’의 참사가 발생한 지 6일 만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 공개발언을 통해 대국민사과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

* 이상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원들의 국방부 보고관련 발언 등에 대한 언론보도, 청와대 발표관련 언론보도, 청와대 공개 대통령 일정 등을 참조하여 정리하였습니다.

2. 작위의무의 발생

‘한 국민’ 피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이 표류 중 불법단체에게 사로잡혀 총살당하고 시신을 훼손당한 참사다. 앞서 보았듯이 ‘한 국민은’ 2020년 9월 22일 15:30경 북한군에 사로잡혔고 18:30경 탈출하였다가 20:30경 다시 붙잡히는 등 생명에 대한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21:40 북한군 내부에서 ‘한 국민’의 신변처리를 논의하고 있을 때까지 ‘한 국민’은 6시간 동안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가해지거나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 위기 상황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피청구인은 상황을 신속히 인식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민의 생명, 신체를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3. 불성실한 직무수행의 존재

(가) 피청구인의 주장

피청구인은 2020년 9월 28일 대변인을 통해 “한반도를 대결구도로 되돌아가게 하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안보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고심하는 지점은 ‘위기관리’일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사안이 너무도 중차대하여 거듭거듭 신뢰성이 있는 건지,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건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강변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상황을 돌아보겠습니다. 마치 우리 군의 코앞에서 일어난 일처럼,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간주하고 비판보도를 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우리 바다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북한 해역, 우리가 볼 수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군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멀리 북한 해역에서 불꽃이 감시장비에 관측됐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전화 통화하듯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단지 토막토막의 ‘첩보’만이 존재했던 상황입니다. 북한군이 실종 공무원을 사살한 뒤 불로 태워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접했을 때 확인이 먼저임은 불문가지”라며 사실 확인의 어려움과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 판단

피청구인은 스스로 사안의 중차대함을 인지했다고 밝히면서, 북한 지역이라 사실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19년 5월 3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사고당시 피청구인의 조치에 비추어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시 사고는 현지시간 5월 29일 밤 9시, 한국시간 5월 30일 새벽 4시에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간이 밤중이어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웠고 정보 파악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한국정부가 있는 서울과 수십 킬로미터가 아니라 무려 8154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더 더욱 정보파악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사고 발생 4시간 만인 오전 8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구조 활동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오찬 약속을 취소하고 11:45경 관계부처 장관 긴급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신속대응팀 급파를 지시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무릇 국가의 지도자는 안전한 상황보다는 위험한 상황에 대하여 훨씬 많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고 그래야 마땅하다. 피청구인의 주장대로라면 피청구인은 상황의 위험성을 알고도 저녁 6시 36분경 보고를 받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안보장관회의도 주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피청구인이 헝가리 유람선 사고 당시 4시간만에 구조지시를 하고 7시간여만에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한 국민’ 피살사건에서 피청구인이 최초 보고를 받고도 ‘한 국민’이 피살된 시간까지 3시간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과 사건 발생 5일 만에 처음으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사실은 그 자체로 국민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피청구인의 불성실함을 드러내는 징표이다.

(다) 소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되어 막대한 피해가 생기거나 예견되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상황의 중대성 및 급박성 등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은 현저하게 불성실하였다. 피청구인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였음에도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야할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4. 피청구인의 대처

(가) 피청구인이 하였어야 하는 행위

피청구인은 2020년 9월 22일 18:36경 서면보고를 받는 즉시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을 불러 대북 핫라인을 통한 사실 확인과 ‘한 국민’의 안전 확보를 지시했어야 한다. 아울러 국방부장관을 팀장으로 신속대응팀을 연평도로 파견했어야한다. 이런 조치로 북한에 즉시 우리 정부가 ‘한 국민’의 억류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함부로 돌발행위를 할 수 없도록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취해야 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은 ‘한 국민’의 사망을 인지한 즉시 유가족에게 직접 애도의 뜻을 표하고 위로해야 했다.

5. 결론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알맞게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이 진정한 지도자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국가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형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전쟁이나 재난 등 국가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한 국민’ 참사가 있었던 2020년 9월 22일이 바로 이러한 날에 해당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어느 때보다도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지도력이라도 발휘해 국민 보호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피청구인은 최초 서면보고를 받은 시간으로부터 최소 3시간에서 최대 4시간 정도 ‘한 국민’을 구할 골든타임을 가졌다. 피청구인은 그 시간동안 어떤 조치도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피청구인은 사실 확인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이것은 헝가리 사례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과의 안보 관계를 고려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피청구인의 평상시 주장과 모순된다. 피청구인은 반국가불법단체 대표 김정은 위원장을 평화세력이라고 두둔해 왔다. 아울러 친분관계도 과시해 왔다. 그런데 민간인인 ‘한 국민’이 북한에 표류한 사건을 가지고 ‘한반도 안보’를 앞세우는 것은 과잉이다. 피청구인이 평상시 주장한 대로라면, 역으로 피청구인이 마음만 먹었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신속한 논의를 통해 ‘한 국민’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9월 8일과 13일에 김정일 위원장과 핫라인을 통해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서도 피청구인이 보고를 받은 즉시 김정일 위원장과 핫라인을 연결했다면, 사실 확인은 물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봄이 마땅하다.

6. 판결

2017년 3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과 같은 대통령이 나올까 우려하여 다음과 같이 사전 경고한 바 있다.

“앞으로도 국민 다수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들이 그 직책을 수행할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불성실 때문에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우리는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피청구인은 2017년 3월 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라 2017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직무태만으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상실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 의무를 철저하게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은 그 약속을 믿고 피청구인을 대통령에 선출했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그 어떤 대통령보다 대통령으로서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요구받는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에게는 그 어떤 대통령보다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마땅하다.

‘한 국민’ 참사사건에서 피청구인은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였기 때문에 이 사유만 가지고도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마땅하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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