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6시간여 동안 북한군 감청 내용 듣고도 자국민 구출 시도 안 해

28일 오후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연합뉴스)
28일 오후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연합뉴스)

우리 군이 지난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의 피살 당시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군은 6시간여 동안 북한군의 감청 내용을 듣고도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

29일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실종된 이모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 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으로 감청했다.

우리 군의 첩보 부대는 감청 지역을 정확히 설정하면 상대측 무선통신 내용의 최고 90%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청 내용에 따르면 북한 해군사령부가 “사살하라”고 명령했고, 북한군 대위급 정장이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후 오후 9시 40분쯤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군은 이모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이씨가 90m 밖에서 ‘대한민국 아무개’라고만 얼버무렸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씨와 북한군이 상당히 근거리에서 대화했을 가능성이 크며, 북측 통지문 내용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군은 이모씨의 구조 여부를 자기들끼리 상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이모씨를 밧줄을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이모씨를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은 정황도 나왔다. 북측이 이씨를 구조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군은 이 때문에 구출을 감행하지 않고 대기했다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22일 오후 9시가 지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북한 해군사령부를 통해 사살 명령이 하달됐다. 대위급 정장은 사살 여부를 재확인한 후 이모씨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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