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北, 숨진 공무원 나이·고향 다 알았다”...피해자 얼버무렸다던 북한 주장과 엇갈려
해경 “北, 숨진 공무원 나이·고향 다 알았다”...피해자 얼버무렸다던 북한 주장과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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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北, 이씨 발견때 인적사항 소상히 파악”
북한 “이씨 계속 얼버무려...정체불명 침입자”
국방부 “北, 이씨 시신 불태워...40분간 관측”
북한 “시신 사라져 부유물만 태운 것”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해경이 29일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해경은 “북한이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북한 측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앞서 북한은 25일 “처음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경은 이날 인천 연수구 해경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체 조사 결과 사망한 이씨가 약 3억30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으며, 이 중 2억6800만원이 인터넷 도박으로 생긴 빚”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정 상황도 불우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러나 이런 자료만으로 월북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국방부가 제공한 자료를 보고 월북으로 결론 냈다”고 했다. 한편 이씨는 조타실에서 이탈하기 약 40분 전인 지난 21일 오전 0시56분 휴대전화로 아들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통화 내용은 “공부 잘 하라”는 등의 내용으로 월북 정황에 대한 근거는 되지 못했다.

해경은 이어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씨가 조류에 따라 표류했을 경우 북측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조석과 조류 등을 고려해 단순 표류일 경우 남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관련해 해경은 “실제 72㎏ 무게의 모형을 바다에 빠트려 실험했으며 33㎞ 거리는 구명조끼를 입고 수영하면 17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경은 “실종자가 북측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이 실종자 인적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며 “북측에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 25일 북한 측이 통일전선부 명의의 전통문으로 설명한 내용과는 상당히 다르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면서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했다.

<군의 조사 내용도 북한측 설명과 극명하게 엇갈려>

군 당국의 조사 내용도 북측 설명과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씨에 대한 북한의 사살 및 시신훼손 여부에 대해 군 당국은 북측 선박이 6시간 넘게 이씨가 타고 온 부유물을 밧줄에 연결해 끌고 다녔고, 첫 발견 뒤 한참 후에야 사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자 즉각 경고 사격을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군 당국은 북측이 22일 오후 10시쯤 사살된 이씨의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으며 그 불이 40분간 관측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부유물에 이씨는 없었다”면서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해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방역 비상 대책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했다. 시신을 훼손한 게 아니라 시신이 사라져 부유물만 불태웠다는 설명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다음은 해양경찰청의 브리핑 전문>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 관련 수사 진행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브리핑에 앞서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해경은 지난 24일 언론 브리핑 이후 실종 경위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단순 실족 사고, 극단적 선택 기도,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 분석, 실종자 주변인 및 금융 관계 조사, 실종자 이동 관련 표류 예측 분석, 국방부 방문을 통한 사실 관계 확인 등 다각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우선 어제 해경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한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둘째,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셋째,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수사팀은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어업지도선 실황 조사와 주변 조사 등에 대한 수사 진행 사항입니다.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와 동료 진술 등을 통해 선미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는 실종자의 것으로 확인되며 국과수에서 유전자 감식 중입니다.

선내 CCTV는 고장으로 실종 전날인 9월 20일 오전 8시 2분까지 동영상이 저장돼 있었고, 저장된 동영상 731개를 분석한 결과 실종자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정밀 감식을 위해 CCTV 하드디스크 원본 등을 국과수에 제출했으며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실종자의 북측 해역 이동과 관련한 표류 예측 분석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종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 볼 때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표류 예측 결과와 실종자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경 수사팀은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에서 실종자의 인적 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표규 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항과 현재 진행 중인 CCTV 감식, 인터넷 포털 기록과 주변인 추가 조사 그리고 필요 시 국방부의 추가 협조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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