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외 매일 나오는 인사들은 장군 출신·국방위원·대변인…나머지 의원들은?
제1야당 국민의힘, 黨차원에서는 달랑 플래카드...위원장은 호남 ‘민심탐방’行
결기 보이지 않는 의원들...나연준 "국방장관 사퇴나 의원직 사퇴 걸 만 했는데..."
규탄집회에는 '미지근'...주호영, 차량집회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는 것도 옳지 않다"
여론조사 믿을 수 없다지만...정국 ‘공격권’ 있음에도 지지율도 20% 내외 지지부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피사할 뒤 사체까지 불태웠다는 사건에 대해 제1야당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정부여당 대응을 문제삼고 있지만, 사안을 이끌지 못한 채 여당에 끌려다니며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 외 매일 나오는 인사들은 장군 출신·국방위원·대변인…나머지 의원들은?

야권에서는 지난 24일 사건이 전해진 뒤 일부 의원들이 연일 정부 대응과 여당 옹호성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주로 힘이 실리는 쪽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김종인 원내대표는 사건 이후 첫 국방부 브리핑이 있은 뒤 하루 뒤인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국민이 처참하게 죽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헌법상 책무를 지닌 대통령은 종전선언 협력과 평화만 거론했다”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의 지난 24일 아카펠라 공연을 거론하며 사건 당시 행적을 문제삼은 것도 그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회의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요구하면서 박자를 맞췄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를 마친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왼쪽부터)과 한기호 의원, 신원식 의원이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를 마친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왼쪽부터)과 한기호 의원, 신원식 의원이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군 출신, 국방위원 소속 의원들도 지속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을 제기한 신원식 의원부터, 육군 중장 출신의 한기호 의원은 지난 25일 북한 전통문을 통해 전해진 북측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국방위원인 하태경 의원은 공무원 피살 사건이 전해진 직후부터 납득할 수 없는 사실관계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며 국회 차원 대응을 촉구했고, 당국 발표가 있은 뒤에도 청와대와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정진석 의원도 잇단 인터뷰와 방송 등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사건을 알고도 대북지원 등에 나선다며 날을 세웠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추 장관 사건과 이번 사건에 대한 당국의 침묵을 문제삼으며 자주 언론 보도에 올랐다.

제1야당 국민의힘, 黨차원에선 달랑 플래카드...위원장은 ‘민심탐방’行

국민의힘은 28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검은 마스크와 근조띠를 두른 채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공무원 실종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수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들이 들고 온 현수막에는 ‘대통령님 어디 계십니까? 우리 국민이 죽었습니다’ ‘우리 국민의 죽음, 국민의힘은 절대 묵과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국민의힘 의원 중 일부는 이 전날(27일)부터 개인 SNS에 사진도 올리고 있다.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북한이 총살, 소각한 우리 공무원을 추모합니다’라 쓰인 문구와 함께 국화 한 송이가 있는 사진이다. 이는 공무원 이모 씨가 북한으로부터 피살당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SNS를 통해 활발히 퍼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례오일시장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례오일시장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차원 메시지와 달리 김 위원장은 ‘민심탐방’에 나서기도 했다. 국회에서 검은 마스크와 근조띠 사진을 찍은 뒤 같은날 오후에는 지난달 중순에도 방문한 전남 구례에 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당 ‘호남동행’ 캠페인도 홍보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북한군 피살 사건에 대한 첫 입장을 내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얘기할 때, 제1야당의 실질적 당대표 역할인 김 위원장은 민생탐방 중이었던 것이다.

결기 보이지 않는 의원들...보다못한 국민들의 규탄 집회에는 미지근

일각에서는 대변인들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의 규탄 발언에도 ‘결기가 없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국민의힘이 대북정책과 안보와 관련해서는 확실한 ‘보수우파적’ 방향을 잡은 것은 맞지만, 국민이 적국에 살해당한 이번 사건에 대한 ‘속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연준 제3의길 편집위원은 29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 사안이라면 국방부 장관 탄핵 안을 내놓을 만했다. 국민의힘 100여명 의원들이 과격하게 의원직 사퇴를 걸었어도 됐다”며 “(어떤 의원들은) 100여석 남짓한 의석 수를 거론하면서 현실적 한계를 얘기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당도 의석 숫자와 별개로 야당 본연의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공세를 내놓는 의원들의 발언 사례를 보면 북한과 현 정권 대응을 비판하는 게 다수일 뿐 ‘국방부장관 탄핵’ ‘의원직 사퇴’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8월15일 광화문광장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사진=펜앤드마이크 방송화면 캡처)
지난 8월15일 광화문광장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사진=펜앤드마이크 방송화면 캡처)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달 3일 개천절에 서울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신고는 총 1184건이 접수됐다. 정부여당에 대한 규탄성 시위가 다수지만, 이 중에선 국민의힘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성 목소리도 있다. 일부 우파 지식인들은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신들끼리의 ‘뺄셈정치’에 함몰돼 지지층을 배척하는 등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인다며 새로운 정당(자유책임 시민정당)창당까지 나서기도 했다. 어떻게든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며 차량집회라도 하겠다는 ‘태극기 시민들’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경찰이 (차량 집회에 대해) 이중·삼중 차단을 말하는 것은 이 정권을 비판할 길목을 막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차량 집회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는 것도 옳지 않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내놨다.

여론조사 믿을 수 없다지만...정국 ‘공격권’ 있음에도 지지율도 지지부진

정당 지지도 추이.(사진=한국갤럽 홈페이지 캡처)
정당 지지도 추이.(사진=한국갤럽 홈페이지 캡처)

지난 25일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집계된 국민의힘 지지도는 21%로 지난달 둘째주 27%를 찍은 뒤 박스권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였다. 당 내외 인사들의 지지부진한 지지도에 대한 분석은 모두 다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아직도 우리나라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30~40대의 여론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혁신 부족을 진단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3일 “도덕성과 국정 운영 능력 면에서 부적격이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있다”라 이유를 봤다. 반면 대표적 ‘진보 인사’로 꼽힌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 23일 “자꾸 좌클릭, 좌클릭 하는데, 보수도 나름대로 좋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수가 있는 건데 무조건 좌클릭(한다)”며 “그래서 그냥 그렇게 하지 말고 원래대로 자기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비리만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봤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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