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명령 발효일과는 상관없이 철강관세 논의 계속될 수 있어
한국, 철강관세 막기 위해선 한미FTA에서 자동차분야 양보할 수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연합뉴스 제공)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연합뉴스 제공)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와 관련해 "우리의 희망은 4월 말까지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관세 면제 논의를 위한 기간이 어떻게 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기간은 없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명령 발효일인 오는 23일이 협상 만료 시한이 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는 다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철강 관세 면제협상을 진행 중인 주요 국가들에 대해서는 관세명령 발효일과는 상관없이 그 적용을 다음 달 말까지 늦춰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청문회에서 "두 가지 범주(two categories)의 나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일부 국가의 경우 관세부과를 유예해주면서 면제협상을 계속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관세를 예정대로 발효일부터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현재 관세 면제 여부를 협상 중인 국가로 한국과 함께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등을 거명하며 "한미가 양자 무역협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한국은 (캐나다·멕시코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이 결국 철강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한미FTA 협상에서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대(對)한국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자동차를 지목해온만큼,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미국의 자동차 분야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는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산업부 당국자는 "미국 동맹국 가운데 한국만 관세를 부과받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가운데 미국 브랜드 인기가 유럽·일본 브랜드보다 낮기 때문에 미국에 양보를 좀 해도 시장 잠식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게 전체 이익 균형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우리가 자동차 시장 협상에서 미국에 양보할 경우 유럽 차까지 신경을 써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미국에서 생산된 유럽 차의 한국 시장 진출이 반사적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한미FTA에서 자동차 분야를 양보한다면 EU는 형평성을 내세워 한·EU FTA에서도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한미FTA협상에서 우리가 끝까지 양보를 하지 않거나, 안보와 관련해 미국의 우방이라는 강력한 표시를 하지 않는 이상 철강 관세 문제는 결국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논의로 연결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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