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24일 북한군의 우리 국민 이모씨 사살·화형 사건에 대해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쯤부터 대략적 상황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때부터 오후 10시까지 약 6시간 동안 사살·화형이 이뤄지는 동안의 상황이 군 수뇌부는 물론 청와대에까지 실시간으로 전파됐지만 정부는 군 통신망은 물론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밝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군 관계자는 “상황을 인지했을 때부터 북한의 대답이 없더라도 통신선을 통한 지속적인 송환 요청이나 항의를 해야 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23일 새벽 유엔에서의 종전선언 연설이나, 그날 예정됐던 군 수뇌부 삼정검 행사 등이 소극적 대응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군은 이에 대해 “우리 영토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즉각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 국민이 주적에 의해 총살·화형을 당하는 끔찍한 만행을 실시간으로 보고만 있었던 문재인 정부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유엔 총회 연설에서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로 들어서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조야(朝野)의 한반도 전문가 그룹은 핵과 인권, 사이버 범죄 등을 무시한 “현실성 없는 허상”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미국 의회, 행정부의 입장과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 연설을 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꾸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은 23일 신임 합참의장 등 군 장성들에 대한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는 “강한 국방력의 목표는, 전쟁의 시기는 당연히 이기는 것이고, 평화의 시기는 평화를 지켜내고 평화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나 있는 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전이 있다가 때로는 후퇴도 있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이럴 때 국방력은 전쟁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전쟁도 시기, 평화도 시기, 평화는 일직선이 아니다’란 말뜻을 알아들을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쉽게 알아듣지 못할 비비꼬는 어법은 사기술수라는 비난이다.

원인철 합동참모의장은 이날 “존경하는 대통령께서 중책을 맡겨 주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기쁜 마음은 3초 정도 됐던 것 같다”며 “무한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기쁨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군심을 결집하겠다”고 했다. 군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북핵 위협에 대한 단호한 결기는 없었다. 그저 굽실거리는 아첨이었다. 정치군인이란 불명예스런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책무는 야당에게도 있다. 국민이 적군에 의해 피격되어 불태워 죽은 기상천외의 만행을 보고서도 의혹제기 수준에 머무는 국민의힘은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야당다운 야당인가? 당장 국정조사요청과 강력한 대북성토에 나서야 하지 않나?

이렇게 우리 국민이 주적 북한군에 의해 처참히 죽어갔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감싸기와 삼정도 하사 행사로 요들갑을 떨었다. 이 어찌 국민의 생명은 뒷전이고 북한만 바라보고 처분만 기다리는 듯한 대북저자세를 용인할 수 있을까? 정권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지 않은가? ‘헌법을 지킬 의지가 없어 파면한다’는 촛불 헌법재판소는 어디로 갔나. 존경받는 원로 김동길 박사의 “문재인 대통령님, 잔꾀 부리지 말고 이제 좀 물러나세요”라며 연일 하야를 촉구하는 고언이 예사로운가?

정학길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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