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中 주도 '새 데이터안보 구상' 참여 요청
"韓 비롯한 세계 각국과 함께 글로벌 데이터 보안을 구축하고자 한다"
文정부, 美 'EPN 및 쿼드플러스' 제안에 부정적 입장 밝혀...동맹 아닌 중립국 행세
싱 대사도 美中갈등 속 韓에 대해 "중간에 역할을 했으면 한다" 요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에 중국 주도의 '새 데이터안보 구상' 참여를 제안했다.

싱 대사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의 정보통신(IT)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국면에서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새 데이터 안보 국제 기준' 구상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함께 글로벌 데이터 보안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통해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및 쿼드플러스 구상'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경제번영네트워크(EPN)는 미국이 대중봉쇄를 위해 구축하고 있는 미국 중심의 경제블록이며, 쿼드(Quad)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봉쇄를 위해 마련한 전략다자안보협의체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자 안보 협의체다. 미국은 여기에 한국과 뉴질랜드 등을 추가하는 쿼드플러스 구상을 갖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EPN과 쿼드플러스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질의한 데 대해 "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강 장관은 지난 25일 미국 비영리단체인 아시아소사이어티의 화상회의에서 쿼드플러스 가입 의향을 묻는 사회자에게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체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미국의 동맹보다는 '중립국'을 자처하기로 한 것 아니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싱 대사는 "한국은 국익과 국민의 희망에 따라서, 원칙과 순리에 따라서 중간에 역할을 했으면 한다"면서 "우리도 그렇게 믿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미국을 겨냥해 "국가역량을 남용해 IT기업에 무리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시장 원칙과 국제 규칙을 어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장 경제와 공정 경쟁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를 소개했다. 싱 대사는 "이 이니셔티브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데이터 보안 규칙을 제정하기 위한 지침서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싱 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계획에 대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에 제일 먼저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로 시작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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