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경고한다' 청와대, 북한 통지문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친서 공개하며 남북 관계 부각 시도
통일부, 국정원 등 정부부처 일제히 "이례적 평가...진솔한 사과"
여당 "북한 사과...남북 관계 좋아질 수 있다"...유시민 "우리가 바라던 것 진전됐다 '회소식'"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실감콘텐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서해에서 실종된 한국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자 여권에서는 일제히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하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의 통지문에 우리 국민이 북한에 총살당한 사실이 더욱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이를 국면전환 용으로만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4일 정부는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5일 청와대는 북한의 통지문을 전달받자 두 정상이 보름쯤 전부터 친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총격 사살에 대한 책임 촉구보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를 우선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청와대와 같은 기조를 보였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표현 수위나 서술 방법 등을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고 진솔하게 사과하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북한이 입장을 전달해 왔다. 그 안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당 설훈 의원은 통지문을 전달 받기 전인 이날 오전부터 "(북한의 사과가) '우리 판단착오다' 이렇게 된다고 하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될 수 있는 소지도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채널에서 생중계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 토론회'에서 김정은에 대해 “일종의 계몽군주로서의 면모가 있다”며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통 큰’ 측면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한편 이와 관련 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외통위에서 “국민이 살해됐는데 북한 통일전선부의 편지 한 장을 두고 ‘신속한 답변’ ‘미안하다는 표현이 두 번 들었다’면서 가해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자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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