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공무원 동료들, 군경의 자진월북 추정 발표에 반박
“자진 월북 근거가 구명조끼?...평상시 당연히 입고 생활”
이씨의 친형 “공무원증·신분증 두고 월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경선으로 보이는 선박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20.9.25/연합뉴스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됐다가, 다음날 북한군에 총살당한 이모씨의 실종 배경에 대해 “담배를 피우다가 바다에 빠진 것”이라고 이씨의 일부 동료들이 입을 모았다.

25일 전라남도 목포시 해양수산부 소속 이씨의 동료들은 “무궁화 10호에 합류한 지 수일 만에 이씨가 실종됐다”며 “아무리 원양어선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식 공간인 선미에서 새벽 시간대 담배를 피우다가 발을 헛디딘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료들은 “이씨가 한 번도 북한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군 당국이 이씨가 실종된 당일 선박에 남긴 정황 증거로 자진 월북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군 당국은 이씨가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바다에 뛰어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의 동료들은 “평상시 구명조끼를 입고 생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친형도 어제 “동생이 담배를 피우다 추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친형은 “동생은 키가 180센티미터라 몸이 선상 난간을 넘을 수 있다”며 “무궁화 10호로 옮긴 지 얼마 안 돼 적응 기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새벽 1~2시에 배 뒤편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실종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무궁화 10호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며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서해어업관리단 8급 공무원으로 지난 14일 499t급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일등항해사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무궁화 10호는 승선원 15명을 태우고 지난 16일 목포 국가어업지도선 전용 부두에서 출항해 10일간 일정으로 연평도 일원에서 꽃게잡이 어선을 상대로 지도 업무에 나선 상태였다. 이씨는 출항 때 무궁화 10호에 탑승하지 못해 다음날인 17일 뒤늦게 합류했고, 21일 돌연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살을 당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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