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규탄, 유감표명 없이 "남북 협력 향한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희망"
우리 공무원 北피살 뒤 시체 불태워진 사건은 "며칠 전과 같은 사건"이라며 모호하게 표현

2018년 판문점 회담 전 북한 김정은과 악수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2018년 판문점 회담 전 북한 김정은과 악수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당한 뒤 시체까지 불태워진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북한과의 평화만을 되풀이했다.

강 장관은 25일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제75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며칠 전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의 (대화) 용의와 호의, 인내심이 약해지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평화적 접근(peaceful engagement)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국에 우리 국민이 사살당한 데 대해서도 유감 표명이나 규탄을 내놓지 않고, 우리 국민이 사살당한 데 대해선 ‘며칠 전과 같은 사건’이라며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 만행을 처음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사회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 선언 제안하는 유엔 연설을 하는 동안 북한이 우리 국민을 총살했다는 것을 언급하고, 북한이 지난 6월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면서 강 장관에게 한반도 정세를 평가해달라고 하자 위 발언이 나왔다. 강 장관은 재차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코로나 19와 홍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재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북미·남북 대화 모두 교착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우 폐쇄적이며 고립된 국가를 상대(engage)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좌절스럽다.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와 남북 협력을 향한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희망하면서 대화를 장려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 발언에 대해 야권 비판도 즉각 이어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출신 우리나라 외교부장관의 발언인지 믿기지 않는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잔혹하게 학살한 행위는 국제법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강경화 장관이 할 말은 국민들에게 인내를 강요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총의를 모아 북한의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2017년 취임 이후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방치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 장관은 유엔에서 인권 담당 업무를 하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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