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8년 전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과 안철수는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 (Franklin Delano Roosevelt)를 자신이 닮고 싶은 정치 지도자로 들었다.

흥미롭게도 현재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시 성남시장)도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존경하는 인물로 루스벨트를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이재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지역 갈등, 빈부 격차 등 이미 존재하던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관리하려 했던 노무현·문재인과 달리 이재명은 자신의 업무에 몰입한 나머지 우리 국민들을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합리적인 분들'과 '그 밖의 얼빠진 사람들'로 구분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분열과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20년 9월 1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송경호·이환웅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지역 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읽어본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거 없이 정부 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조세재정연구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위 사례는 송경호·이환웅의 견해가 타당한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의 업무 스타일 - 조정과 타협에 능숙한 행정가의 모습보다는 국가기관에 대한 투쟁도 불사하는 투지 넘치는 변호사의 모습 - 을 잘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10년 성남시장에 취임한 이재명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면서 성남시의 부채 감축에 몰두한다. 그런데 그의 친형 이재선 회계사가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은 회계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글을 성남시청 게시판에 올리면서 사이 좋던 두 사람간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결국 이재명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와 형수에 대한 폭언 사건까지 나아간다.

그 다음 해인 2011년 이재명의 성남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과 수원시 광교신도시를 연결하는 신분당선 연장 노선에 미금역을 추가하지 않으면 도로 굴착을 허가하지 않고 광역교통부담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금역 신설에 반대하던 수원시 및 광교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하였으나 국토해양부의 중재를 통하여 결국 미금역을 신분당선 노선에 추가하는데 성공한다.

2015년 이재명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모든 만 24세 청년들에게 매 분기마다 125,000원 상당의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이재명의 인기가 급등하였으나 성남시는 무차별 무상복지의 후폭풍을 우려하던 경기도, 부유한 지자체의 세입을 빈곤한 지자체를 위하여 사용할 방안을 연구하던 행정자치부와의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우선 경기도가 성남시를 상대로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청년배당의 3대 무상복지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고 성남시 예산안 무효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하면서 이재명은 당시 도지사였던 남경필과 여러 차례 설전을 벌인다.

2016년 4월 행정자치부가 재정난에 시달리던 경기도 내 기초자치단체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시.군 자치단체의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변경하고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지방재정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성남시의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자 이재명은 그 해 6월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하였다.

비록 단식투쟁을 통하여 소기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으나 전국적 인지도를 얻게 된 이재명은 같은 해 11월 광화문 촛불시위 연단에서 '박근혜 탄핵'을 앞장서 외치면서 대선주자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된다. 아마 경기도 및 행정자치부와의 갈등에서 촉발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이재명이 성남시청을 비우고 현직 대통령 탄핵 시위의 선봉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여세를 몰아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가했던 이재명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남경필을 밀어내고 경기도지사에 취임한다.

도지사가 된 이재명은 지난 2년간 다른 국가기관과의 충돌 없이 업무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과거 성남시장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2020년 8월 이재명은 제2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자 범위를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충돌하였고 9월에는 지역 화폐의 유용성 여부를 두고 조세재정연구원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격하게 비난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이재명은 지난 10년간 성남시를 위하여 수원시, 경기도 및 중앙정부를 상대로 투쟁해 왔고 현재 경기도의 이익을 위하여 중앙정부 및 국책연구기관에 맞서 싸우고 있는 중이다. 성남시와 경기도 주민들은 대체로 이재명의 업무 수행에 만족하고 있고 그의 끝없는 투쟁에 대리만족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재명이 이루어 낸 성과의 대부분은 사회 전체의 생산성 향상이 아닌 다른 지자체 및 중앙 정부와의 대결에서 얻어낸 전리품이었다는 점,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은 일을 할 줄 안다", "이재명은 유능하다"고 칭찬하는 국민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직장 동료 및 거래처 직원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사내 최고의 영업사원을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로 선임한다면 회사 전체의 실적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의 여론조사 추세대로 결국 이재명이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일본 총리 또는 미국 대통령을 향한 그의 새로운 투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강대국인 일본과 미국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재명에게 모욕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본 및 미국과의 대결은 무모하다고 주장하는 국민들은 '얼빠진 반역자'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아버지는 밖에서는 좋은 분이신데 왜 집에서는 맹수처럼 행동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갖는 자녀들의 심정이었다면 이재명 대통령 하에서는 "아버지는 왜 집 밖에 나갈 때마다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들어오실까?"라고 걱정하는 아들·딸의 심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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