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살 당일 사후 보고받고 靑 장관회의 소집
그 사이 “종전선언” 유엔연설 수정없이 나가
다음날에도 文, 군진급 신고식서 “평화” 언급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군 당국은 24일 우리 국민 이모씨가 북한에 의해 사살된 22일 오후 3시30분쯤부터 대략적인 과정을 인지했지만 “그렇게까지 나가리라 예상 못 했다”며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군 수뇌부와 청와대에까지 실시간으로 보고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서면 보고가 이뤄졌으나, 정부는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한 대응조차 하지 않아 여론의 분노와 비판을 사고 있다.

이날 오전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씨를 붙잡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행위를 두고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했을 것을 알았으면 우리 군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그때는 그렇게 판단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영토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즉각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도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군은 이씨가 22일 오후 3시30분쯤 신원미상이 북한해역에 떠다니다가, 이날 오후 4시40분 이를 이씨로 특정하고 같은 날 오후 9시11분쯤 북한이 이씨를 사살하고 불태우는 모든 과정을 대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벌어지던 장소를 특정하지 못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청와대 상부까지 바로 보고가 됐음에도 전통문을 보내거나 통신문을 통한 최소한의 항의조차 없었던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은 이씨가 사망한 22일 밤 10시쯤 국방부 장관은 물론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상황이 전파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이씨가 사살되고 화장됐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바로 이어서 23일 새벽 1시부터 2시30분까지 관계장관 회의가 소집돼 안보실장, 비서실장,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국방장관이 상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인 새벽 1시 26분부터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진행됐다.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지난 15일 녹화돼 18일 유엔으로 보내졌다”며 “이번 사건과 대통령님의 유엔연설을 연계하지 말아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연설 시점에 상황이 종료됐고, 사전 녹화된 연설은 18일 유엔 현지에 보내진 이상 수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에 열린 군 진급 신고식에서도 “평화의 시기는 일직선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이씨를 사살한 행위에 대해선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일각에선 “23일 새벽 유엔에서의 종전선언 연설이나 그 다음 날 이뤄진 군 수뇌부 삼정검 행사 등을 고려해 청와대가 소극적인 대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상황을 인지한 순간부터 통신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송환 요청이나 항의를 했야 했다”고 비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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