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경제공사 응모한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심사에서 2위보다 크게 앞섰지만 과거 우파 시민단체 참여했다고 탈락"
"정무직 코드인사는 접어두더라도 공모직에 이념 잣대는 기만"

최원목 교수 [네이버 캡처]
최원목 교수 [네이버 캡처]

주미(駐美) 경제공사에 응모한 대학교수가 심사에서 1등을 하고도 과거 우파 성향 시민단체에 참여한 경험으로 인해 탈락했다는 당사자의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저녁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외교관 출신으로 대표적인 통상 분야 전문가 중 한 명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청와대 인사검증팀 직원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정무직에 대한 코드 인사는 접어둔다고 해도, 공모직에 대해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기만”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가 응모한 주미 경제공사는 대사관에 파견된 경제 관료들을 지휘하며 미국과 경제 현안을 처리하는 국장급 자리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공고를 냈고, 최근까지 청와대가 외교부 인선 작업을 진행했다. 그가 중앙일보 측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심사결과 최 교수는 2등 후보자를 큰 점수 차이로 앞섰다.

최 교수가 중앙일보에 공개한 녹취 파일은 2월 말 최 교수가 청와대 직원과 나눈 22분 간 통화 내용이 담겨있다. 녹취록에는 최 교수가 그간 기고한 언론 칼럼과 시민단체 활동 행적을 지목해 문제 삼는 대목이 여러 번 등장했다.

본인을 청와대 인사검증팀이라고 소개한 통화 상대방은 “편들고 하는 것 같아 그렇긴 한데, (최 교수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며 “최근에도 (정부 방침)과 어긋나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최 교수는 “전문가로서 소신을 밝힌 것 뿐”이라며 “공무원이 되면 철저히 정부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보수적인 단체에 가 계셨는데 왜 갑자기 이 정부에서 경제공사를 나가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후 그 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본인의 지원 취지를 설명했으나, 직원은 “2002년 (우파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라는 단체에 운영회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냐”며 “전문성은 있지만 현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다는 게 (검증 자료의) 주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최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통상 전문가로 1989년 제23회 외무고시, 다음해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이후 외무부 북미과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후보인지 검증하는 것은 통상적인 검증절차”라며 “보수 성향이어서 (후보자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중앙일보는 덧붙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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