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퍼스트 스텝’ - 북한 해방을 위한 탈북민의 처절한 외침.
다큐 ‘퍼스트 스텝’ - 북한 해방을 위한 탈북민의 처절한 외침.

‘자유 북한!’, ‘자유 북한!’, 2015년 4월 UN본부에서 열린 북한인권 회의장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진 목소리다. ‘자유’와 ‘북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짧은 두 단어의 묶음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강렬했다. 그것은 북한 주민에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를 돌려줘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이자, 북한이 얼마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인지를 까발리는 고발이었다.

UN 본부 한복판에서 ‘자유 북한’을 외친 이 용감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탈북민’들이다. 더군다나 김일성 뱃지를 달고 회의에 참석한 북한대표부 코앞에서 벌인 일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고성을 뱉은 탈북민들이 쫓겨나고 말았을까? 다행히도 쫓겨난 쪽은 북한 정권을 비호하던 북한대표부였다.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탈출한 탈북민들이 외친 ‘자유’는 준엄한 회초리를 들었고 종아리를 걷어붙여야 했던 쪽은 북한대표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의장에 있는 전세계 사람들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써 퇴장하는 북한대표부를 규탄하고 탈북민의 목소리를 응원했다. 2018년 2월 개봉한 다큐 ‘퍼스트 스텝’에 생생히 기록되어있는 내용이다.
 

<다큐 中 UN 북한인권회의 장면>

퍼스트스텝은 2015년 4월,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여한 탈북민 출신 북한해방운동가들의 목소리와 행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북한자유주간’은 탈북민이 중심이 되어 북한 인권과 해방을 위해 매년 4월 한국과 미국에서 번갈아 열리는 정기행사인데, 다큐에 담긴 지난 2015년 북한자유주간 행사는 ‘북한인권법 통과’라는 주제로 미국에서 열려 북한 정권의 끔찍한 인권탄압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고발하는데 중점을 둔 행사였다.

다큐에서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관한 내용 중 가장 놀랐던 점은, 대한민국 정부 보다 미국 정부가 자유주간 행사에 대해 훨씬 더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도움을 줘 왔다는 사실이었다. 시큰둥한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 정부는 자유주간 행사에 대해 언제나 아낌없이 지원을 해왔고, 2006년 행사에서는 부시대통령이 직접 백악관에 탈북민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성의를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해방운동에 대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성가신 존재를 보는 것 마냥 차가운 태도로 일관해왔다고 한다. 행여 북한 정권을 자극할까 염려해서 그랬던 걸까. 북한인권문제에 관해 입을 닫고 쉬쉬해온 대한민국 정부의 나약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큐 中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무관심으로 일관한 정부에 대한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의 발언.>

대북 라디오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성민씨는 북한해방운동에 차가운 태도로 일관해온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다음과 같이 다큐에서 밝혔다.

“어떤 면에서 미 국무부는 대한민국 통일부보다 훨씬,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에 관심이 있어요, 그리고 탈북자들의 인권운동에 관심이 있고요.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가 올 때마다 초청하는 형식이에요. 당신네가 와서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그리고 함께 협력해서 할 일들이 없냐? 이게 미국 국무부의 입장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통일부는 이런 걸 전혀 우리하고 논하지 않죠.”

그리고 이런 무관심 속에서 북한해방운동을 하는 탈북민에게 돌아온 것은 응원이 아닌 씁쓸한 냉소와 비난 그리고 반대세력의 협박과 폭력뿐이었다.
 

<다큐 中 북한 해방을 위한 대북 라디오 시험방송 다음날 무차별 집단 공격을 당하는 모습>

다큐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북한 해방을 위해 투쟁해온 탈북민들은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아 왔다고 한다. 피 묻은 도끼, 칼로 찌른 인형, 죽은 쥐새끼가 들어있는 소포를 받는 일은 예사로 있었으며, 심지어 딸아이와 부인을 함께 폭탄으로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4월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여했던 탈북민 20명은 ‘우리민족끼리’에 ‘죽인다’라는 협박과 함께 테러 대상자로 공개 지목되었다고 한다. 탈북민 북한해방운동가들은 이런 위협과 공포 속에서 북한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처절한 외침이 있을 때 마다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는 그저 남 일처럼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다큐 中 대북전단살포 활동 이후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메시지를 통해 테러 협박을 받는 장면>

죽음을 무릎 쓰고 겨우 남한 땅을 밟은 탈북민들은 어째서 다시 목숨을 걸고 험난한 북한해방운동에 나서는 걸까? 냉소와 비난 속에서도 북한해방운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다큐 후반부, UN북한인권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뉴욕으로 가는 버스에서 ‘그렇게 힘드신데, 왜 계속 이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숙명인 것 같아요 탈북자 누구나가 북한에 고향이 있고

고향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나는 아마 고향을 위해서 인권 운동을 하는 게 숙명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북한에 두고 온 형제자매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너 도대체 혼자 살겠다고 남한에 가서 잘 먹고 뭘 하느냐

이런 얘기가 잘 때는 계속 들리기 때문에…“

고향땅에서 지금도 김씨 왕조의 끔찍한 탄압 아래 살아가는 동포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런 지옥 속에 살아가는 동포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기에, 탈북민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해방운동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자신이 북한을 해방시킬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차마 견딜 수 없는 일이었기에 숙명처럼 북한해방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누구보다 용감한 탈북민 북한해방운동가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쏟아지는 비난과 목숨을 위협하는 협박도 이겨내는 그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뭘까. 그것은 바로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만약 대한민국에서 이들 북한해방운동가들이 무관심 속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봤다. 현존하는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그들을 외면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연방제 통일이었다. 북한은 공존이 아닌 해방시켜야 하는 대상임을 분명히 증명하는 탈북민 운동가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북한 정권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에 한 걸음 다가가는 일과 다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한 탈북민의 진실한 호소는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중 하나다. 그리고 그들이 악랄한 북한 정권에 겨누는 날카로운 칼은 자유대한민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자유우파세력이 가는 길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다. 이제 자유우파시민들은 이들 탈북민 북한해방운동과들과 손잡고 함께 북한 정권 붕괴와 해방을 외쳐야 한다. 그리하여 ‘우파 당신들은 전쟁을 원하는 거냐?’라고 비아냥대는 좌파세력에게 이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해 주는 것이다. ‘아니, 우리는 북한의 해방을 원한다.’라고 말이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이들이 외치는 자유의 소리를, 그 진실한 울림을 자유대한민국에서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8년 4월에도 어김없이 자유북한주간 행사가 한국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다음 달입니다. 우리 자유우파시민들이 이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재훈 시민기자 (대학생,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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