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청와대 파견 중 뇌물수수 죄질 무겁다”
청와대 행정관 연루 녹취 방송인 김한석씨가 제보

4월 26일 구속 심사를 받으러 가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연합뉴스

투자자 피해액이 1조원이 넘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돈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라임 일당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제3자 뇌물수수, 금융위원회 설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행정관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3700여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 금감원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연, 학연을 이용해 대가를 지급하고 원하는 바를 얻는 행태는 우리 국민들에게 직무집행에 대한 의심과 박탈감을 더한다. 피고인이 청와대로 파견 간 이후 뇌물을 수수했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금감원 직원 신분으로 작년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정책비서관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하면서 김 전 회장에게 라임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에게 라임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던 금감원 내부 문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대가로 골프 비용, 술값 등 총 37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 취업시킨 뒤 급여 명목으로 1900여만원을 받도록 하는 등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받는다.

한편 이들의 관계는 라임 투자 피해자 중 한 명인 방송인 김한석 씨(48)가 수천억원 규모 라임 펀드를 판매한 장 모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언론에 제보하며 밝혀졌다. 해당 녹취록에서 “장 전 센터장은 회장(김봉현)이란 분이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한다. 여기(김 전 행정관)가 키(key)다. 14조원을 움직인다. 이분이 다 막았다”며 김씨를 상대로 라임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녹취록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후 김 전 회장 신병 확보를 중심으로 한 검찰의 대대적인 라임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이후 수사당국을 피해 5개월째 도피 생활을 한 김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지난 4월 23일 경찰에 붙잡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사하을 지역위원장에게 8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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