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베트남 정부가 사과요구 안해…현지서 대통령 사과 않을것"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중 캡처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중 캡처

박정희 정부 시절 월남전 참전 당시 '베트남 양민학살을 자행했다'는 좌파 일각의 물증 없는 주장에 맞물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사과' 의사를 타진했지만 정작 베트남 정부에서 원하지 않아 불발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6박7일간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을 순방 예정인 가운데 최근 일부 좌파 매체는 "정부가 베트남에 공식 사과할 때가 됐다"는 논조의 사설과 기사를 잇따라 내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베트남전 학살을 사죄해달라"는 식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 본인이 지난해 11월 11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에서 영상 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다만 이번 순방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공식 사과는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출입기자단을 만나 '베트남 방문 중 과거 베트남 파병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관련 보도가 있는데 저희가 (사과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고 외교가 상대국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전쟁의 현장에서 겪은 민간인의 피해나 군인의 불행에 대해 무엇인가 의사 표시를 했으면 하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면서도 "다만, 외교는 상대방의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사과 요구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또 "베트남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무역역조(나라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상태) 문제가 있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자국 제품의 수입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임을 밝혔다.

UAE 방문에서 이명박 정부 때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비공개 군사 양해각서 문제 논이 여부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가 아니고, 현재의 협력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긴밀하게 협조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그런 부분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번 순방에도 같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2일 베트남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훈련장을 방문해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을 격려하고 훈련을 참관한다. 오후에는 우리나라의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모델로 한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착공식에 참석한 후, 숙소에서 현지동포 만찬 간담회를 개최한다.

베트남 방문 이틀차인 23일은 베트남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호치민 베트남공산당 초대 주석 겸 국가주석 묘소 헌화로 일정을 시작한다. 이후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킴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 등 주요 지도자들과 잇따라 면담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쩐 주석이 주재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24일에는 하노이 숙소 인근 서민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호안 끼엠 호수 일대 명소를 돌아본 후 UAE로 출발한다. 오후 중 UAE 첫 일정으로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고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UAE 초대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다.  

이튿날인 25일은 한국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전몰장병 추념비에 헌화하고 공식환영행사에 참석한다. 이어 모하메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MOU 체결식에 임한다.

26일은 모하메드 왕세제와 함께 우리 기업이 UAE 현지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건설 완료 기념행사에 참석해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양국의 원전 근로자를 격려한다. 뒤이어 저녁에는 UAE 수도인 아부다비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행사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27일 UAE 군의 교육훈련 지원, 연합훈련, 유사시 UAE 내 우리 국민 보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UAE에 파견된 아크 부대를 격려 방문한다. 그 다음 UAE의 토후국인 두바이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를 면담하고, 양측이 함께 '2020년 두바이 엑스포 참가 계약 체결식'에 임석한 후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것으로 순방일정을 마무리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