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중개 수수료' 잡겠다며 '제로배달' 출범...실제론 수수료 과도하지 않아
시장에서 외면받고 정부·지자체가 상품권으로 75% 결제한 '제로페이' 연상
특정 업체에 혜택주는 지자체 사업이 불공정 경쟁 조장한다는 비판

서울시가 공공 배달 서비스 '제로배달'을 16일 정식 출범했다. 이에 업계에선 '제로페이' 실패를 지적하는 비판과 지자체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혈세 투입 등이 논란이 되면서 기존에 있던 중소규모 민간 배달앱들을 모아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수수료를 2% 이하로 설정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최근 시장에선 수수료를 대폭 낮춘 민간배달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기업 위메프는 주 8800원의 정액 수수료가 가능한 ‘위메프오’를 출시했고, 카카오도 수수료를 1.5%로 낮춘 배달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배달앱을 두고 정부 권력을 등에 업고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과도한 중개 수수료'라며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는 정치권도 비판의 대상으로 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6.8% 수수료와 건당 8만8000원의 수수료가 비싸다며 수수료가 없거나 훨씬 낮은 공공 배달앱을 우후죽순 들고 나왔다. 그러나 배민의 수수료(6.8%)는 그럽허브(미국, 15%), 우버이츠(글로벌, 30%), 저스트잇(영국, 15~20%), 그랩푸드(동남아, 20~30%)는 물론 요기요(12.5%) 등보다 현저히 낮다. 

제로페이의 실패를 경험했던 서울시의 성공 가능성도 미지수다. 제로페이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해 결제액의 대부분을 정부와 지자체가 결제한 상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제로페이 결제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2월 시범사업 이후 지난 7월까지 결제 금액의 75%가 정부와 지자체의 상품권 사용금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시는 제로배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을 1200억원어치나 발행하고, 추첨을 통해 스마트TV와 안마의자 등 경품을 주는 행사도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혈세 투입에 대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처럼 정부가 주도한 사업의 경쟁력 부재, 정부 권력을 이용한 시장 교란, 세금 낭비 등의 비판이 공공 배달앱에 적용되고 있음에도, 서울시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비롯해 많은 시군구에선 정부 주도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민간 배달앱들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우수 사례로 언급한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지난 6월 전월대비 이용자 수가 반토막 났으며, 거래액도 26.7% 감소했다. 이에 업계에선 지자체가 공공배달앱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업체에만 혜택을 줘 불공정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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