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입 취재기자 입사시험에서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인에 대한 호칭 묻는 문제 제출
지난 7월 박 전 시장 사망 후 여권-서울시 '피해 호소인' 표현 사용해 논란
MBC노동조합 "MBC 박성제 사장,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밝혀야"
국민의힘 "MBC, 분명한 의도 있어...스스로 공정한 언론 역할 포기하겠다는 것"
박대출 의원 "수험생에겐 사상 검증이고, 피해자에겐 2차 가해나 다름없어"

MBC가 신입 취재기자를 뽑는 입사시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인에 대한 호칭을 묻는 문제를 출제해 '2차 가해·사상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오전 치러진 MBC 취재기자 필기시험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과 상관없음)'라는 논제가 출제됐다.

'피해 호소인(자)'는 여권 정치인들이 사용했던 표현으로, 지난 7월 15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해호소인이 겪은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민주당은 이틀 후 호칭을 '피해자'로 통일하기로 했다.  

당시 서울시도 공식 입장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MBC노동조합은 14일 "여권 정치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 호소자라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진 사람을 뽑으려는 음모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밝힐 것을 박성제 사장에게 요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전날 오후 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당조차 피해호소인이란 잘못된 표현을 인정하고 피해자로 용어를 변경했음에도 MBC가 재차 용어 논란을 꺼낸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며 "스스로 공정한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언론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출제자와 이를 승인한 관계자를 징계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수험생에겐 사상 검증이고, 피해자에겐 2차 가해나 다름없다"며 "인권의 보루가 돼야 할 공영방송이 피해자를 두 번 울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응시생들은 뻔한 의도에 낚일 수도, 안 낚일 수도 없고 당황했을 것"이라며 "MBC는 공영방송인가, 공영호소방송인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논란에 MBC는  "출제 취지는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자 함이었으며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는 평가 사안도, 관심사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MBC는 지난 2018년 3월 2018 MBC 신입사원 공개채용 논술 시험에서 '남북 올림픽 단일팀'의 의미를 평가하라는 문제를 출제해 '사상검증' 논란이 일었다.

당시 MBC는 "남북 올림픽 단일팀을 놓고 '스포츠 교류가 통일의 출발점' 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민족이나 평화는 공정성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우세했다. 단일팀에 대한 긍정 평가가 늘고 남북간 대화 분위기도 고조된 현 시점에서 두 견해를 되짚어 보고 그 의미를 평가하라"며 "글 속에서 '평화' 혹은 '공정성'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나도록 하라'"는 주관식 문항으로 출제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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