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21대 국회의 의미가 남다른 것은 문정권 3년에 걸친 집권세력의 국정 장악이 선거 승리로 입법부에서 완성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소야대라는 수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3년간의 소외 적폐청산을 내세운 집권 세력의 반대 세력을 배제하는 과정이 선거에 의해서 승인을 받아서 집권의 정당성을 확정짓고 정국을 완전히 주도할 수 있게된 현실은 집권 세력의 승리주의(triumphalism)라는 성곽을 구축하였다,

선거를 통해서 확보된 자신감으로 집권 세력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법안이 입안되고 있다. 법안의 내용이, 집권 세력의 정책 배경에 있는 80년대 운동권의 세계관에 따른 소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내용임은 지난 3년의 경험에서 볼 때에 예상된다. 더구나 자유의 보장 보다는 조정과 개입을 선호하는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필요 이상의 법률이 양산될 것이다, 문제는 정권 유지를 위해서 선심을 쓰는 포퓰리즘 추구를 통하여 분파주의를 조장하는 법률이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포퓰리즘 입법을 통해서 국민이 아니라 특정한 집단, 정치 성향등의 정체성을 우선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조성된 분열 상황을 활용하여 자기편을 만드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만개되고 있다. 국민국가의 구성 주체인 통일된 국민이라는 정체성이 허물어지면서 국민 국가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입법 진행 과정에서도 우려가 있다. 헌법상의 일반 원칙과 국제법상의 보편적인 원칙과의 불합치 여부, 법안이 만든 정책이 초래할 각종 문제점들, 법안이 초래할 다른 법익이나 가치와의 충돌, 정파적 수단이 되어서 반대파에 대한 억압도구가 되는 법률이 견제와 균형을 허물고 공화정의 지속에 위험을 초래하는등의 각종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의라는 목적과 아름다운 표현에 의해서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법안을 만들어 낸다. 법으로 규정되면 내용과 관계없이 정당화된다는 생각이 전제되는 것 같다. 균형과 통합의 원칙과 수단이 배제되고 분열이 가속화되면서 법과 질서의 근거가 잠식되는데 그들이 말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가는 과정에서 국가의 존립 여부가 의문이 들 정도다.

무리한 입법 추진에서 볼 수 있는 집권 세력의 의도는 그들의 사고방식 자체에 내재된 것 같다, 변혁을 위해서 무언가를 행함으로써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는 오래된 진보라는 단순한 낙관주의에 기초하고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사회공학적 실험의 동기가 배경에 있다. 인류를 대상으로 한 진보라는 실험이 가져온 현대사의 불행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성찰없이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 실험을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이념의 존재를 전제로 한 평가이지만 집권 세력의 그동안의 정치 행태를 보면 그러한 이념 지향성의 문제인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지향점은 권력 유지를 위해서 견제와 균형장치를 깨뜨리는 목적과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편가르기와 자기 편의 확보 및 기존 질서의 해체로 보여진다.

입법 홍수의 시대에 밀어붙이기 입법에 대한 견제 장치는 해체된 것 같다. 여소야대라는 상황, 국회 상임위원회의 의장을 여당이 독식한 상황, 국회내의 최종적 견제 수단으로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20대 국회 이래의 축소 논의를 통해서 자구 심사 정도로 그치게 될 경향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그것이 확인된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실수와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정국 주도로 토론과 대화의 장이 사라져가는 상황은 다수결에 의한 일방적 법안 통과라는 밀어붙이기식 정치 공세의 횡포로 인하여 입법부로 하여금 통법부가 되게 할 것이다, 국민은 이러한 각종 법안의 실험 대상으로 지내야 할 것 같다

쏟아져 나올 각종 법안에 의한 국가적 규모의 실험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입법의 내용과 영향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체성 정치의 수단으로서 분열을 만들고 분파를 조장하는 방편으로 권리와 의무를 배정하는 그러한 대중영합주의적 입법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비판해야 하겠다. 포퓰리스트들의 입법이 옹호하고 있는 특정한 지향성과 특정 집단이나 정치적 정체성을 옹호하는 권리와 가치가 전체 국가 공동체의 가치 및 권리와 충돌되는 것이 아닌지, 정치적 분파의 형성으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공화국의 기본 질서를 망가뜨려서 전체 국가 공동체의 방향을 잘못가게 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 방향이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와 가치 기준에 어긋하는 것이 아닌지등을 살펴보아야 하겠다.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서 구체적으로 혜택 또는 불이익을 받을 각자가 대처할 필요가 있다.

법 제정 이후에 권리를 주장하는 자이거나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된다. 법제정으로 당장 혜택을 얻었다고 하기 전에 이것이 공동체의 지속적인 유지에 문제를 주는 것이 아닐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당장의 일시적 헤택이 아닌지, 그것이 자신에게는 권리이지만 타인에게 부과된 의무를 통해서 실현된 결과인지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동시에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전개된다. 보편적 원칙이 의문시되고 도전받는 현실에서 한편에는 정의롭지만 다른편에는 불의인 경우가 실현될 수 있다. 입법의 효과는 권리와 의무의 부여인데 공동체 전체가 아니라 집단이나 특정한 정체성을 지향하는 법은 정의의 원칙의 실패를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를 위한 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자제하지 않는 권력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혜택이라는 당근을 사용하지만, 공동체를 생각한다면 각자 그러한 혜택에 대해서 전체의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면서 각자에게 부여된 권리의 자제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자기 정체성이나 이익을 옹호하는 법이 자신에게 이익을 주기에 지지한다고 하겠지만 그러한 법질서가 같이 계속하여 살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안전성과 지속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할 때에 그런 법제도의 의미와 장기적으로 전부에게 미칠 효과가 무엇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공동체의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어서 내일이 오늘과 같지 않다. 우리는 권리의 세계와 자기 욕구 충족의 세상에 살지만, 공동체를 위해서 타인을 위한 의무의 세계와 절제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잠시 멈추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권 3년간 국가 경영에 있어서 절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과 정권 유지를 위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분파를 조성하여 편가르기하는 천박한 정치를 보았다. 법을 정의롭게 운영해야 하는 집권세력이 보여준 온갖 위법한 행동과 이를 가리우는 망언과 추태는 권력의 행사에 절제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다. 절제하지 못하는 권력이 온갖 방법으로 법을 변개하여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에 대해서, 한비자는 노자를 인용하여 “나라를 다스리면서 자주 법을 바꾸면 민이 고통을 받는다. 현명한 군주는 안정을 중히 여기고 법 고치기를 신중히 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 처럼 해야 한다 (治大國者若烹小鮮)”라고 말했다(한비자 해로편). 승리주의에 취해 정파적 행동으로 일관하며 권력 행사에 있어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아니하면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나라를 망가뜨리는 것을 제어하여야 겠다. 권력이 절제하지 않을 때에 우리 국민은 절제를 지킴으로써 권력에게 절제를 요구하고 절제를 가르치자.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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