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체포됐던 리정철이 2017년 3월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리정철은 이날 북한으로 추장됐다(VOA).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체포됐던 리정철이 2017년 3월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리정철은 이날 북한으로 추장됐다(VOA).

미 법무부가 11일(현지시간) 대북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북한인 2명과 말레이시아인 1명을 기소했다. 특히 피고 중 한 명은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와 동일인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이날 북한인 리정철과 리유경, 그리고 말레이시아인 간치림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2일 보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세 명은 대북제재 규정을 어기고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등을 동원해 미화를 불법 반출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고객들을 대신해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위장회사를 설립해 미국 은행과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리정철과 리유경은 부녀 사이로 지난 2015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했다. 리정철은 미 재무부의 제재를 받은 회사의 부 책임자였는데, 이 회사는 북한 인민무력부의 하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회사 소속 간치림과 공모해 물자를 구매한 후 이를 북한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VOA는 전했다.

특히 리정철 등은 지난 2016년 1월 베트남의 한 업체로부터 물품을 주문한 뒤 이를 북한에 있는 ‘조선경은무역회사’로 수송되도록 했다.

미 법무부의 기소장엔 당시 리정철 등이 구매한 물자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20만 달러 상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금은 말레이시아에 설립된 위장회사를 통해 미 달러화로 베트남 업체에 결제됐다.

또한 리정철 등은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으로 물자 수송을 꺼리는 업체에 거액을 지급하며 청탁을 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업체가 지난 2015년 10월 북한 남포로 물류를 수송하는 비용을 묻는 리정철에게 “제재 위반 우려로 견적을 내줄 수 없다”고 하자 리정철은 2016년 물자수송을 부탁한다며 이 업체에 17만 5천 달러를 전달했다.

또한 리정철과 리유경, 간치림 세 명은 이메일을 주고받았으며 자신들의 무역 활동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제재를 회피해 일을 진행하는 것을 공모했다고 기소장은 밝혔다.

이번에 기소된 리정철은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있었던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추방된 유력 용의자와 동일인물로 보인다고 VOA는 지적했다.

기소장은 유엔 전문가패널이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 리정철을 조사했다며 리정철이 사건 초기에 말레이시아 당국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3일에 추방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기소된 내용은 김정남 암살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기소장은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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