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11월 마포대교 불법시위 주도한 건설노조위원장, 구속영장 발부되자 일주일째 잠적
- "시민 불편에 대한 벌받겠다. 다만 올해말까지 임기 마친 뒤...건설근로자법 개정부터"
- 2015년 불법시위 주도한 이영주 민노총 사무총장과 판박이...2년 은신생활하면서도 활동
- 수배 상태로 고용부 장관 만나고, 임기 말인 12월에는 민주당사 무단 점거하며 이목끌기
- 같은 혐의로 수배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로 도피...은신 24일 만에야 자진출석
- 은신 중에도 집회현장 나와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질테니 청와대 진격하라”고 연설
- 구속 전 이목 집중시켜 요구사항 강조하는 패턴...민노총, ‘양심수’라고 칭하며 석방운동

민노총 소속 간부들이 불법시위로 체포ㆍ구속 영장이 발부돼도 도피나 잠적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잇따르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불법 집회 및 시위에 제대로 원칙을 적용하지 못하는 온 경찰의 ‘무력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마포대교는 불법 집회로 홍역을 치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만 여명(경찰 추산 1만 2000명)이 마포대교로 진출해 왕복 10차로 도로를 막았다. 당시 건설노조는 경찰 저지선을 넘어 마포대교 남단과 여의대로를 점거하고 한 시간 정도 불법 시위를 했다. 이를 막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18명(경찰·의경 15명, 노동자 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17.11.28)

당시 건설노조는 "이번엔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일용ㆍ임시직 건설노동자들의 퇴직금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설 노동자가 하루 일을 할 때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4천원 가량 적립되는 퇴직공제부금에 대한 인상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불법시위로 변질되고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노조측의 호소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퇴근길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교통 체증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당시 국제행사를 위해 여의도를 방문하려던 상당수 국외인사들이 경호 문제와 외교적 결례를 지적하며 돌아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은 "불법 행위자를 원칙대로 사법 조치할 방침"라고 밝혔다. 이후 3개월 여 지나 경찰은 이달 7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56·사진)과 전병선 전 조직쟁의실장(43)의 영장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은 13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불법 집회·시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현재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일주일째 잠적하고 있다. 담당 지능범죄수사팀은 “소재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다. 경찰은 지난 15일 두 사람의 출국을 금지했지만, 두 사람은 경찰 추적망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 위원장 등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불법 시위 주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장 위원장은 13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30분가량 앞두고, 건설노조 입장문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에 대한 벌을 받겠다. 다만 올해 말까지 남은 임기를 마친 뒤다”라며 공개적으로 구속영장 집행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건설근로자법을 임기 내 개정하겠다는 자신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는 법적 처벌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민노총 집행부가 영장 집행을 피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집회를 주도한 이영주 전 민노총 사무총장 또한 민노총 건설노동위원장이 “임기를 마친 뒤 벌을 받겠다”고 밝힌 경우와 비슷하다.

이영주 전 사무총장은 체포영장 발부 뒤에도 2년 넘게 법 질서에서 벗어나 민노총 사무실에서 은신하면서 활동을 이어갔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전교조 수석 부위원장 출신으로 2014년 말 여성 처음으로 민노총 사무총장이 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친(親)노조 성향이 뚜렷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노총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함께 간담회를 가졌고, 9월에는 민노총이 입주해있는 경향신문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노총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 전 사무총장이 김 장관에게 “한 위원장의 부재가 현재의 (불편한) 노정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라고 말하며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임기가 끝나면 경찰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자신의 의지와 일치하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지난해 말 체포됐다. 구속 전 이 전 사무총장은 갑작스럽게도 마지막으로 여의도 민주당사 당 대표 사무실을 점거해 십여일 간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당시 한상균 석방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등 지대한 관심을 집중시킨 뒤 체포됐다.

이영주 총장 등이 더민주 당 대표실을 점거하고 있는 시각에 민노총 대표는 당사 앞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집권은 민노총이 앞장서서 투쟁한 결과인데 문재인 정부가 7개월을 넘어섰는데도 아직 양심수 석방 소식이 없다”고 비난한 후 ‘촛불문화제’로 기세를 올렸다고 한다.

현재 검찰에 기소된 이영주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은 불법시위 혐의를 부인하면서 지난 14일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배 중인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기습점거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대표실에서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구속노동자 석방 및 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며 창가에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찰 지명수배 상태로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단식농성을 해온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들것에 실려 나올 때 경찰이 체포영장을 읽고 있다. 2017.12.27(사진=연합뉴스)

이영주 전 사무총장과 마찬가지로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된 한상균 전 위원장도 도피생활로 이슈화됐다. 당시 시위로 경찰관 76명이 다치고 경찰 버스 43대가 파손됐다. 2015년 11월 16일 한상균 전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도피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당시 이미 같은해 4월 세월호 추모 집회와 6월 노동절 집회 때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중인 상태였다. 또한 재판에 4번 불출석하면서 지난 2015년 11월 11일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한 전 위원장은 같은 달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현장에 나와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질 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며 연설까지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조계사 은신 24일 만에야 경찰에 체포됐다. 이목을 집중시켜 마지막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어필한 것이다. 이후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3년 형을 선고받았다.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는 외국 대사관 등 치외법권(治外法權)이 적용되는 장소를 제외하면 어디서든 체포할 수 있으나 문재인 정부 경찰측이 민노총의 대대적인 반발이 두려워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공권력의 무력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와 같은 법 집행 거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뭉쳐서 자신들의 권리만 요청할 뿐, 노조는 법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이것이 직접민주주의인가"라며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차례 불법시위와 폭력시위도 막론하는 다소 과격한 행위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존중받아야하지만 일방적이고 과격하다", “노동자의 권익을 명분상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자신들 편만 감쌀 뿐이다”, "다른 나라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법부터 지켜야한다"라며 볼멘 소리도 나왔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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