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 수첩/윤희성]장관도,靑비서관도 떠난 농업정책...소는 누가 키우나
[PenN 수첩/윤희성]장관도,靑비서관도 떠난 농업정책...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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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성 기자.
윤희성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농어촌 정책을 책임졌던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6월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잇달아 사퇴했다. 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실과 해양수산비서관실을 통합해 만든 농어업비서관실을 구성했던 넘버 1·2 인사가 모두 사표를 냈다. 이재수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지난 2일 옷을 벗었고 15일에는 신정훈 농어업비서관이 사표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농어촌 정책을 담당한 핵심 인사다. 신정훈 전 비서관은 전남지사, 이재수 전 선임행정관은 춘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출마용 사퇴'의 바람은 행정부로도 불었다. 민주당 소속의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4일 전남지사에 도전하겠다며 사임하면서 현재 문재인 정부의 농정(農政)을 책임지는 사령탑은 행정부에도, 청와대 비서설에도 공석이다. 특정 분야의 장관과 청와대 주무비서관이 선거에 나갔다고 동시에 사표를 낸 전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부산시장 출마를 고민하다 접은 민주당 소속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마처 나갔으면 농어업 분야 전체로 파장이 커질 뻔 했다.

김 전 장관은 취임한지 8개월, 신 전 비서관은 9개월, 이 전 선임행정관은 8개월 만에 각각 사임했다. 바뀐 정권의 새로운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짐을 싼 이들을 두고 농업계의 불만이 팽배하다. 농정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던 '농업 홀대론'에 방점을 찍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농정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을 실무자로 앉히면서 공백을 야기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농업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새로운 비판까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의 농업 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신 전 비서관은 정부의 쌀 수매 가격 인상에만 관심이 높은 다수 농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공급과잉이 온 쌀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보다는 농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농심(農心) 잡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쌀 농가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쌀 공급과잉이 심각해지자 생산조정제라는 또 다른 규제를 가져와 왜곡돼 있는 농정에 또 다른 혼란을 가져왔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1990년대 이래 시장 개방에 따른 농업 경쟁력 강화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규모화·전문화 등 구조조정 대책은 이름만 있을 뿐 대기업의 농업 진출 차단, 인프라 투자 미비 등으로 국내 농업 구조 개선은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농가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입해 최근 20년간 성장 정체를 빚었다. 글로벌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국내 농업은 최근 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한 대비책도 없다. 미국과의 협상은 '나만 믿어라'던 김 전 장관은 전남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신 전 비서관과의 경쟁에 혈안이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김영록 장관-신정훈 농어업비서관 체제'에서 눈에 띈 것이라고는 농업 분야 정부 산하기관 인사에서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고향인 호남 인사 챙기기밖에 없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농정 핵심 현안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한 사람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의 농정 3인방이 모두 지방 선거에 출마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나 모두 주어진 임무를 함부로 걷어차서는 안되는 자리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나선 이들을 대신할 인물들을 물색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각종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농정 전문가가 아닌 정치권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도대체 이 정부에서 소는 누가 키우나.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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