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50개 주정부와 5개 대도시에 '백신 배포 시나리오' 발송
"공중보건의 정치화...백신 보급이 대선용이냐?" 비판도
백신 상용화 서두를 정도로 피해상황 심각...파우치 "효과 좋고 안전하면 백신 조기 승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50개 주정부에 "늦어도 11월 1일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11월 3일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보급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데 대해 대선용 아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CDC는 지난 8월 27일 50개 주정부와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5개 대도시 보건당국자들에게 "10월 말~11월 초 의료진과 고위험군을 우선순위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준비를 하라"는 서신을 발송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DC는 백신 배포 시나리오도 상세히 제시했다.

CDC가 이 같은 서신을 발송한 날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코로나 백신이 연말 이전에 나올지 모른다"고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한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깜짝 이벤트)'로 백신 유통을 서두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내 전염병 전문가는 "10월 말에 최초로 백신 배포를 한다는 일정표는 공중보건의 정치화"라며 "선거 전 백신 승인을 밀어붙이기가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상 임상시험을 완전히 마치기 전에라도 백신 사용을 긴급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긴급사용 승인 그 편익이 위험성을 능가해야만 이뤄질 것"이라고 안전 조항을 달았다.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무리하게 백신 유통에 속도를 내선 안 된다는 원칙론을 밝히면서도 "3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가 매우 좋다면 임상시험이 다 끝나지 않더라도 백신을 조기 승인할 수 있다"고 했다. 

파우치 소장은 "백신 후보 물질의 중간 결과를 검토할 위원회는 정부 인사가 아닌 주요 의과대학 전문가들로 구성됐기에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만큼 미국의 우한 코로나 피해 상황은 백신 상용화를 서두를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란 이름으로 총 7개의 백신 개발을 전폭 지원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중 2개가 유력 후보 물질이라고 꼽고 있다.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은 4개의 백신 개발이 좌초할 것이란 보고서를 최근 냈다.

CDC는 고위험군을 1차 접종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코로나 백신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백신 배포 시나리오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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