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前文에 5.18 등 온갖 것 다 넣으면 헌법 아니라 누더기"
바른미래당도 '정략개헌' 비판 가세
與 '文대통령-洪총리 될수도' 언급에 한국당 "洪대통령-文총리도 받는다" 도발

평소와 달리 '가죽점퍼'를 입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평소와 달리 '가죽점퍼'를 입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가 대통령 헌법개정안 요지 설명을 시작한 20일, 대통령 개헌안에 '여야 합의'가 전혀 없음을 강조하며 "애초부터 개헌 투표하자고 하면 우리는 본회의장에 안 들어간다. 들어가는 사람(의원)은 제명 처리한다"고 선언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개헌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개헌 시기에서 반대하고 있는 한 국회에서 통과 안 될 것은 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소의 '붉은 넥타이'는 여전했지만, 정장 상의 대신 이례적으로 가죽점퍼를 입고 공개석상에 등장해 '전투적 분위기'를 풍기는 가운데 나온 강경 발언이다.

개헌 투표 결과 한국당 내 반란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관해 홍 대표는 "내가 원내대표도 했고 정치를 23년 했다. 그런 바보스러운 투표 전략을 채택할 리가 있느냐"라고 일축하고 '본회의 표결 보이콧' 방침을 세웠다.

홍 대표는 "이 정권이 하고 있는 개헌은 지방선거용 개헌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우리나라 해방 이후 대통령 발의 개헌은 거의 독재정부 시대에서였다"며 "정부에서 발의를 강행하는 자체가 (야권을) 반(反)개헌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지방선거용 개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의 틀(체제)을 바꾸는 개헌은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헌의 본질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고 국민의 여망도 거기에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는 건드리지 않고 헌법 전문(前文)에 온갖 사건들을 다 넣어서 그렇게 전문을 먹칠하려는 시도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또한 "프랑스 헌법 전문을 보라. 미국 헌법 전문을 보라. 어떤 경우라도 헌법 전문에 역사적 사건이 들어가는 사례가 거의 없는데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촛불도 넣고 5.18도 넣고 온갖 것을 다 넣는 것이다. 그건 헌법이 아니라 누더기"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이날 홍 대표 발언에 이어 정태옥 대변인 논평으로도 '대통령 개헌안 국회 표결 시 이원 전원 불참' 방침을 천명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개헌안은 여야협의로 성안(成案)해야 할 사안으로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오히려 여야 합의를 방해하고 개헌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前文)에 근현대 모든 사건을 주절 주절 넣을 필요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아직 사건의 진상이나 역사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을 포함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며 "내용에서도 좌파적 입장에서만 의미있는 사건을 나열함으로써 대한민국 전국민의 헌법이 아니라 좌파세력들만의 헌법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직접민주주의를 대폭 강화하는 것은 촛불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헌정질서인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한국당은 이번 대통령 발의 개헌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그 구체적 방법으로 만약 대통령 발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의된다면 한국당 의원 전원은 불참할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16석의 한국당만 보이콧하더라도 국회의 개헌 투표는 무산된다. 국회 또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현재 293명) 3분의 2 이상(196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대통령 발의 개헌에 적극 찬성하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121석) 외에 찾아 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지방선거용 정략적 개헌'이라는 주장에는 바른미래당도 궤를 같이 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하려는 정략적 목적"이라며 "문 대통령이 일방적인 개헌 발의를 여기서 중단해 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사흘간 대국민 설명을 한 뒤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청와대 태도는 오만함의 극치"라고 가세했다.

한편 한국당은 정부여당과 가장 큰 이견을 빚고 있는 대통령 권력분산 개헌 관련 '우리 당은 홍준표 대통령에 문재인 총리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 여권을 도발하기도 했다.

이는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한국당의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제안을 거부하면서 "한국당이 주장하는 정부 형태는 상상을 해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홍준표 총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데 따른 대응이다. 김태년 의장은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분권형 대통령제보다도 '의원내각제'에 더욱 무게를 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편 바 있다.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에서 더불어라는 단어를 떼야 할 판이다.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며 "우리 당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홍 대통령에 문 총리가 되더라도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고 그것이 국회의 합의를 통해 마련된 국민적 안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명령이라면 문 대통령에 홍 총리가 무슨 문제인가. 문 대통령이 홍 대표 밑에 들어가는 게 걱정돼 이 난리를 치는 건가"라며 "이런 당이 계속 집권당이어야 하는가. 제발 청와대에 개헌 놀음을 걷어치우라고 말하라"고 쏘아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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