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 파문..."中의 홍콩 직접 통치 플랜 본격화" 비판
'삼권분립'의 원칙은 입법·사법·행정 3權의 상호 견제 통해 자의적 국가 권력 행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근대 민주국가의 기본 원리
캐리 람(林鄭月娥·63) 홍콩 행정장관이 ‘삼권분립’(三權分立)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반중(反中) 성향의 홍콩 민주파(民主派) 세력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홍콩은, ‘삼권분립’이 아닌, 입법부(立法府)과 사법부(司法府)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으며, 행정은 이들을 뛰어넘는 권력을 가진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표현으로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발언을 내놨다. ‘삼권분립’은 한 나라의 권력을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의 3권(權)으로 나누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 권력의 자의적 행사로 인한 인권 침해를 미연(未然)에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근대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으로 공고히 자리잡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캐리 람 장관은 또 “행정장관은 홍콩 정부와 함께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행정권이 입법권과 사법권의 우위(優位)에 있다는 의미로써, 최근 홍콩 민주파를 중심으로 전개된 ’35-플러스 캠페인’에 홍콩 시민들이 보낸 열렬한 지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 재직중이던 홍콩대학에서 해임된 베니 타이(戴耀廷·56) 교수 등이 주도한 ’35-플러스 캠페인’은 올해 9월 실시가 예정돼 있던 홍콩 입법회(立法會) 선거에서 민주파 세력이 과반을 차지해 홍콩의 행정권력을 마비시킴으로써 ‘국가안전유지법’(통칭 ‘홍콩 보안법’) 등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1국가2체제’ 원칙을 훼손하는 중국 정부의 각종 조치에 저항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35-플러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7월 11일부터 12일 사이 이틀 간 실시된 범(凡)민주파 예비 선거에 당초 예상 참여 인원 17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61만3000여명이 참여하는 등, 홍콩 시민들은 ’35-플러스 캠페인’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홍콩 행정부는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대규모 감염 확산 사태를 이유로 올해 9월 실시가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1년 간 연기하기로 결정하는 등, ‘민주파 탄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망언(妄言)에 홍콩 민주파 세력은 “삼권이 상호 견제해 오는 가운데 통치가 이뤄진 홍콩의 역사를 뒤집는 발언이자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치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보조를 맞춘 발언으로써 용인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한편, 홍콩에서 최근 발간된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삼권분립’에 관한 기술이 삭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