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 인사 정당화하려고 부서 간 이간질까지
비판 피하고자 안타깝게 숨진 여검사 사례 이용
검찰 안팎선 “과로보다 추 장관에 스트레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7.30/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7.30/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이번 인사에서 형사·공판부에 전념해 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시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을 포함, 현 정권 권력 수사에 전념한 검사들을 좌천하고, 자신의 뜻과 일치하는 검사들만 요직에 넣었다는 비판이 일자 변명에 나선 것이다.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검찰) 인사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썼다.

아울러 “일선 형사부 검사들도 민생 사건을 한 달에 평균 많게는 200건이 넘게, 적게 잡아도 150건씩 처리하면서 많은 고충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고(故) 허선주 검사를 언급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이었던 허 검사는 지난 3월 암투병 중 서른여섯의 나이에 숨졌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N번방 사건이 충격을 준 무렵 한 여검사가 암투병 끝에 피붙이 아기와 가족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며 “격무와 스트레스가 과중했던 것이 원인이었으리라 짐작돼 참 슬프고 안타까웠다”고 썼다.

추 장관은 또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사례도 거론했다. 김 검사는 지난 2016년 상사인 김모 전 부장검사의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추 장관은 “새내기 검사 김홍영이 희망과 의욕을 포기한 채 좌절과 절망을 남기고 떠난 것을 그저 개인의 불운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온 조직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현하는 사명을 다할수 있도록 바꿔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의 글에 검찰 안팎에선 “과로보다 추 장관에 의한 스트레스에 쓰러질 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서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이라는 초유의 지휘권을 발동한 데 이어, 검찰 조직을 진영 논리에 따라 양분하고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행태 때문이다. 상관인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독직폭행 혐의를 받는 정진웅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광주지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편향 인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망한 검사들의 사례를 이용한 것도 법조계의 비판 대상이다. 한 검사는 “당사자들도 정치적 수사(修辭)의 한 구절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폼 나는 특수사건’이라는 표현도 검찰 내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부서 간 이간질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대부분 특수·공안인 윤 총장 라인을 비하하면서 형사·공판 검사들을 제 편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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