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송에서 정치논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정봉주(왼쪽에서 세 번째)와 김어준(왼쪽에서 두 번째). (연합뉴스 제공)

서울시 산하 ‘tbs 교통방송’이 내보내고 있는 ‘정치 논평’ 프로그램이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PenN 취재 결과 밝혀졌다. 

교통방송은 보도 기능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Program Provider) 자격을 취득했지만 2016년 10월부터 ‘정봉주의 품격시대’, 지난해 11월부터 ‘장윤선의 이슈파이터’ 등 정치 논평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두 가지 방법으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보도 기능을 포기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정책국에 ‘등록’하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PP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보도 기능을 원하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지원정책과의 ‘승인’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보도를 할 수 있는 PP는 종합편성채널 4개와 보도전문채널 2개 등 총 6개다. 

교통방송은 2005년 보도 기능을 제외하고 지방자치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등록’이라는 절차만 진행해 PP 자격을 획득했다. 방송법에서 ‘보도’는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전반에 관해 시사적인 취재보도, 논평, 해설 등의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는 2013년 12월 교통방송의 ‘정치 논평’ 포함 프로그램의 법적 문제를 지적하고 ‘유사보도’ 행위로 규정해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는 보도 기능이 없는 교통방송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편성하는 것은 방송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안을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교통방송이 교통과 날씨 등의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 역시 정치 논평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교통방송은 2016년 1월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같은 해 9월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등 정치 논평이 포함돼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교통방송에서 정치 논평을 하고 있는 정봉주, 장윤선, 김어준, 김종배 씨 등 4명은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인사들로 꼽힌다. 현 집권여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까지 지낸 정봉주를 비롯해 딴지일보,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등과 연관된 김어준, 김종배, 장윤선 등의 정치 논평은 객관성이나 중립성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시청 전경.(연합뉴스 제공)

서울시는 1990년 수도권 교통 정보 제공 목적으로 교통방송을 '사업소'로 설립했다. 법적 지위는 한강사업본부, 도시기반시설본부, 상수도사업본부 등 서울시가 설치한 31개 본부 및 사업소의 하나다. 

교통방송 설립 근거는 ‘지방자치법’과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에 있다. 지방자치법 제114조(사업소)에 따르면 ‘특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사업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서울시는 행정기구 설치조례 제107조(설치)를 통해 교통방송의 ‘특정 업무’를 수도권 교통을 위한 교통 정보의 전달로 규정하고 있다.

2013년 8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방송은 독립적인 방송사가 아니라 서울시 산하에 위치해 있는 사업소로 전체 예산의 80% 가량을 서울시의 전입금으로 충당하고 있고 구성원도 서울시 공무원이다. 

교통방송을 관리하는 서울시 교통정책과는 책임운영기관제도를 통해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된 교통방송을 문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이진구 팀장은 “책임운영기관제도를 통해 교통방송에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고 정치 논평 프로그램의 제작 및 편성은 교통방송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권한”이라며 “교통방송이 세운 성과목표가 잘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진행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평가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통방송 운영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는 서울시 교통정책과에 있다. 책임운영기관제도를 통해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된 교통방송의 편성에 대한 지적을 할 수 없고 성과목표 이행을 평가할 수는 있다고 설명한 서울시 교통정책과는 성과목표의 이행이 올바른 방송의 편성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책임운영기관제도는 기관장에게 기관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되, 운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성과중심의 조직운용 제도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008년도에 책임운영기관제도를 도입해 2008년 12월24일 ‘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 ‘교통방송’ 등 3개 기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했다.

서울시 책임운영기관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교통방송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장에게 사업목표를 부여하고 기관장은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서울시가 부여한 사업목표인 ‘수도권 교통 정보의 전달’에 대해 교통방송이 벗어날 수 있는 법적 근거 역시 없는 상황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