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치안유지 부대 준비중이지만, 사태가 제어 불능으로 치닫기 이전까지는 보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27일(러시아 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방송 통해 軍隊 파견 기사
벨라루스 反정부 세력 "우리 시위는 평화적이다...문제 해결할 방법은 現정부가 대화에 나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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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최근 실시된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로 치러졌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벨라루스 정세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軍) 파견을 언급했다. 벨라루스의 반(反)정부 세력은 반발했다.

이달 9일 벨라루스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는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체포된 반(反)정부 성향의 유명(有名) 블로거인 남편을 대신해 출마한 스베틀라나 타하놉스카야(37)와 지난 1994년 첫 취임 이래 5선(選)을 경험한 현직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맞붙었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79.7대 6.8로 루카셴코의 압승. 이에 벨라루스 시민들은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거리로 연일 쏟아져 나왔다. 반(反)정부 시위대에 대해 벨라루스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이처럼 벨라루스에서 혼란이 지속되자 러시아가 반응에 나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송출된 인터뷰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루카셴코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벨라루스 현지에 파견할 치안유지 부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사태가 제어 불능으로 치닫게 되기 전까지는 부대를 보내지 않기로도 루카셴코 대통령과 합의했다”며 “모든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벨라루스로 군부대를 파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벨라루스 반(反)정부 세력은 크게 반발했다.

이날 ‘조정평의회’(調整評議會)는 성명을 통해 “외부 개입은 용인할 수 없다”며 벨라루스 정세에 개입을 획책하고 있는 러시아를 비판하고 “(벨라루스에서의) 모든 시위 활동은 평화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정평의회’ 측은 “이번 정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대회밖에 없다”는 표현으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반(反)정부 세력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동구권(東歐圈) 국가 순방에 나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차관은 리투아니아에서 타하놉스카야와 면담을 하고 “벨라루스 시민들에게는 공정한 선거를 치를 권리가 부여되지 않았다”면서 최근 벨라루스에서 확산중인 ‘부정선거’ 주장을 수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 역시 지난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나서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항의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폭력이나 자의적인 구속 및 피구속자들에게 행해지고 있다고 하는 부적절한 대우 등을 즉각 중단할 것을 외교 루트를 통해 벨라루스 당국에 촉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舊) 소비에트연방(소련)의 구성국이었던 벨라루스를 매개로 러시아와 서구 자유진영 국가 간의 대결 구도의 전개 양상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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