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지사 당내 경선서 만난 김영록 전 장관과 신정훈 전 비서관
춘천시장 출마선언 이재수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실 선임 행정관

사진 왼쪽부터 김영록 전 장관, 신정훈 전 비서관, 이재수 전 행정관.(연합뉴스 제공)
사진 왼쪽부터 김영록 전 장관, 신정훈 전 비서관, 이재수 전 행정관.(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에서 농어촌 정책을 책임졌던 행정부와 청와대 주요 공직자가 6월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줄줄이 사퇴하면서 농정(農政) 컨트롤타워에 심각한 공백이 생겼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외에도 청와대의 신정훈 농어업비서관과 이재수 농어업비서관실 선임 행정관도 일제히 사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전라남도지사 경선에 나서고 이 전 선임 행정관 역시 민주당 춘천시장 경선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장관은 취임한지 8개월, 신 전 비서관은 9개월, 이 전 행정관은 8개월 만에 각각 사임했다. 

바뀐 정권의 새로운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짐을 싼 이들 공직자들을 두고 농업계의 불만이 팽배하다. 농정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던 '농업 홀대론'에 방점을 찍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최근 '농정 핵심 컨트롤타워 실종 사태,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 전 장관, 신 전 비서관, 이 전 행정관이 줄지어 사표를 쓰면서 청와대와 정부 내에 농업정책 책임자가 사라진 상황을 비판했다. 

한농연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대응, 미허가 축사 적법화 추진 등 적잖은 당면 농정 현안들의 대응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며 "지금과 같은 농정 핵심 컨트롤타워 실종 사태를 장기간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농정 분야 주요 공직자가 일제히 사퇴한 것은 결국 농업 정책을 버리고 정치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과연 농업에 대한 철학을 기대할 수나 있는 것인지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한미 FTA 개정협상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취임한지 1년도 안되는 농정 컨트롤타워가 모두 사퇴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충북 음성 육용 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인 H5형 항원이 검출됐지만 김 전 장관은 14일, 신 전 비서관은 15일에 전남도지사 출마선언을 했다.

또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농축산업 추가 개방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농업부문 위생·검역조치(SPS)가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고 미국은 SPS 완화를 우리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이와 관련해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할 사람은 현재 없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농정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을 1차 산업 실무자로 앉히면서 농정 공백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김 전 장관, 신 전 비서관, 이 전 행정관 모두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다.  

김 전 장관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위공직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라남도 자치행정국장과 행정부지사를 거쳐 18대와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신 전 비서관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 인성고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재학 시절인 1985년 5·18진상규명을 주장하며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해 2년3개월의 복역을 마친 후 고향 나주에 내려와 '수세거부운동'을 주도하면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전남도의원, 나주시장을 역임한 신 전 비서관은 2014년 7월 재보궐 선거 때 전남 나주시화순군 지역구에서 당선돼 19대 국회에 입성했고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농업 공약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행정관은 강원 춘천 출신으로 2002년부터 제 6, 7, 8대 춘천시의회 의원을 지냈고 협동조합 활동이 주요 경력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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