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노총만 자료 제출 요구 불응한 게 아니다...강제조치는 없을 것"
민노총, '8·15 노동자대회'에서 코로나 확진자 나왔는데도 집회 참가자 명단 제출 거부
서울시와 방역당국,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행정 절차 밟고 있어

민주노총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당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개최한 '8·15 노동자대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집회 참가자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민주노총만이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게 아니라며 강제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같은 날 광화문에 모였던 일부 우파단체의 ‘광화문 집회’를 방역 방해 혐의로 고발한 것과 천양지차의 대응이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광복절 당일 민주노총을 포함해 시내에서 집회를 개최한 34개 단체에 참석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으므로 명단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서울시청 총무과는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민주노총 외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였다”며 “강제 조치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검사를 안내하기 위해 명단을 달라고 한 것인데 이미 방대본(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으로부터 집회 장소 인근 체류자 명단을 받았다는 이유다.

이러한 서울시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이어서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대본이 서울시에 건넨 명단은 경찰을 통해 이동통신 3사에서 제출받은 '집회 시간대 경복궁역·광화문역 주변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자 정보'에 따른 것이었다. 여기에는 민주노총이 집회를 개최한 지역인 '보신각 앞' 기지국 정보는 빠져 있었다. 결국 보수·기독교 단체의 정부 규탄 집회 참가자만이 기재된 명단으로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는 아예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방대본에 탓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본은 ‘광화문 집회’만을 겨냥하다 뒤늦게 ‘서울 도심 집회’로 방역 대상을 넓히는 듯한 입장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민주노총 집회가 열린 '보신각 앞' 기지국 정보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서울시, 경찰 등의 태도는 ‘광화문 집회’를 대할 때와 민주노총을 대할 때 완전히 달랐다. 보건복지부 장관 휘하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서울시는 집회 하루 만인 지난 16일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해 “자가 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 대상 명단을 누락·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며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뒤질세라 경찰은 경찰관 68명을 투입한 '불법 시위 및 코로나19 총력 대응 TF'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광화문 집회’ 전세버스 79대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며 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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